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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의 몰락…“중동 세력구도 재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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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러, 중동서 영향력 약화…“권력 균형 지각변동”

시리아 이해관계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극적 변화 예상

사우디 등 영향력 확대 모색, 튀르키예 최대 수혜 전망

美·이스라엘 반기지만 예의주시…이란, 美영향력 경계

질서있는 새정부 수립 관건…알아사드는 러시아 도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중동의 세력 구도가 다시 짜여질 전망이다. 시리아가 지난 13년 동안 이란과 러시아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교두보 역할을 해왔던 만큼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 내전을 피해 도망쳐온 시리아 난민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몰락과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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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러, 중동서 영향력 약화…“권력 균형 지각변동”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앞으로 시리아에서 일어날 일은 중동의 권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중동의 새로운 재편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리아 반군은 전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한 것이다. ‘아랍의 봄’ 여파로 알아사드 대통령의 철권통치와 함께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이후 무려 13년여 만이다. 이 기간동안 사망자만 30만~50만명에 달한다. 난민도 1000만명 이상 발생했다.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됐으나, 분쟁이 장기화하며 정부군, 반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갈등 구조를 띠게 됐다.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 주변 아랍국가와 서방 국가의 개입,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등으로까지 비화했다.

이란은 2013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앞세워 정부군을 후원했고, 러시아도 2015년부터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며 본격 개입했다. 이후 시리아는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통로가 됐다.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헤즈볼라를 육로로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러시아 역시 군사적·정치적 이유로 시리아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유일한 지중해 항구인 타르투스에 해군 기지를 건설했다.

미국도 이란과 러시아의 개입,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장악 시도 등을 이유로 쿠르드민병대를 지원하며 발을 들였으나, 트럼프 1기였던 2019년 완전히 철수했다. 당시 미국은 IS가 시리아에서 건국을 선포한 칼리프(이슬람 신정국가 최고 권위자)를 물리쳐 더 이상 쿠르드족이 위협받을 일이 없다며 철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동맹국보다 돈을 더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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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알아사드 대통령이 2021년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고 내전은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급작스러운 붕괴는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각각 전쟁을 치르면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지원이 약화한 것이 반군의 승리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헤즈볼라가 최근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정부군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중동의 세력구도가 격변을 피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실례로 헤즈볼라의 경우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상황에서 이란의 지원까지 끊기면 세력이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는 레바논이 정치적으로 격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우디 등 영향력 확대 모색…튀르키예 최대 수혜 전망

이란과 적대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이란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국의 세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동안 수 백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해온 데다,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가장 반긴 국가도 튀르키예다. 경제적으론 향후 시리아 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고, 군사·안보 측면에서도 든든한 동맹을 확보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이란이나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리아 내전 및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선 이란과 적대하고 있다.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비판해온 미국 등 서방세계는 시리아의 상황을 반기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반란을 성공적으로 이끈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역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랫동안 고통을 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며 “알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근본적인 정의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시리아는 우리 우방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은 물론 시리아 반군과도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나섰다. 호세인 아크바리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는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인한 여파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역 국가들과 튀르키예가 개입하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서있는 새정부 수립 관건”…알아사드는 러 도피

한편 이번 반란을 성공적으로 이끈 HTS의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는 정부군의 퇴진을 촉구하는 한편, 소수민족과 비(非)무슬림을 보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하지만 시리아가 외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외부 세력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서다.

WSJ은 “반군이 이끄는 새 행정부로의 이행이 얼마나 질서 있게 이뤄질지, 또 쿠르드족과 알라위트 등 소수민족을 포함한 시리아 내 경쟁 세력이 더 이상의 갈등을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을 후원해준 러시아로 도피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날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알아사드 대통령 가족에 대한 망명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아랍의 봄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던 평화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내전 도중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등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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