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중동 정세는 어떻게
시리아 반군 세력이 수도 다마스쿠스에 입성한 이튿날인 9일 다마스쿠스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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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면서 13년 넘게 이어져 온 내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중동 정세의 상수(常數)로 여겨졌던 긴 내전이 끝나면서 향후 중동 내 역학 관계가 뒤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알아사드 정권을 통해 시리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란이 타격을 입어 이란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초승달 벨트’가 붕괴 직전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그래픽=백형선 |
초승달 벨트는 이란부터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까지 초승달 형태로 이어지는 중동 내 이슬람 시아파 국가 동맹 전선을 뜻한다.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왔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1980년대 이라크와 전쟁을 치른 후 이웃 나라에서 시아파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이 국가들 내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고 자국 군대를 파견하면서 정치와 안보에 개입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이 이란의 지원을 받은 대표적인 시아파 무장 단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으로 헤즈볼라 지도부가 궤멸 수준에 이른 데다, 시리아까지 반군이 장악하면서 40년 이상 공들여 온 초승달 벨트가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중동에 지진과도 같은 순간”이라며 “역내 심장부에서 핵심 동맹을 잃은 이란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리아와 이라크 간 국경을 시리아 쿠르드족 반군이 장악하면서 이란과 헤즈볼라를 잇는 무기·물자 공급망이 막히게 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비록 이스라엘과 휴전 중이라고는 하나, 더욱 고립무원 처지에 놓이게 됐다.
친(親)이란 세력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환영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오늘은 알아사드가 축출된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스라엘이 알아사드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던 이란과 헤즈볼라에 가한 타격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중동의 또 다른 주요국이자, 반군 시리아국가군(SNA)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튀르키예 역시 반색하고 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날 “시리아는 시리아 국민이 자국 미래를 형성할 단계에 도달했다”며 “튀르키예는 시리아 재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이웃 국가 및 새 행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중동 내 이란의 역할이 크게 약화된 틈을 타 이스라엘이나 튀르키예 등이 시리아·레바논을 새로운 우방으로 끌어들여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여러 군벌이 모인 시리아 반군에서 단일 조직이나 인물이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혼란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8일 시리아 북부에서 튀르키예군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반군과 충돌해 최소 22명이 사망했다”며 알아사드 정권 붕괴 후에도 시리아에서 반군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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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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