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러라고 자택 압수수색 뒤 눈 밖에
후임은 ‘대선 사기 주장’ 충성파 파텔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7월 24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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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임기가 남은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또다시 쫓아내는 데 결국 성공했다. 후임은 이미 발표된 대로 ‘트럼프의 2020년 대선 패배는 부정 선거 탓’이라고 주장하는 충성파다. 미국 최고수사기관인 FBI를 장악하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11일(현지시간) FBI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날 직원 대상 면담 행사에서 “몇 주간 숙고 끝에 내년 1월 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일하고 물러나는 게 FBI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는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는 다음 달 20일까지다.
레이 국장은 “내 목표는 여러분이 매일 미국 국민을 위해 이행하고 있는 우리 사명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이것(임기 종료 전 사임)이 FBI가 혼란 속으로 더 깊이 끌려들어 가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인 2017년 8월 취임한 레이 국장은 임기(10년)가 2년 넘게 남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달 30일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을 차기 FBI 국장에 지명하는 식으로 그에게 사실상 불신임을 통지했다. 기밀 유출 혐의 수사 일환으로 FBI가 트럼프 당선자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일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FBI 국장을 그만두게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취임 첫해인 2017년에도 ‘충성 맹세’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 등으로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을 해임했다. 그해 5월 경질된 코미 전 국장의 후임이 바로 레이 국장이다.
캐시 파텔(가운데)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가 11일 워싱턴 미 의사당에서 조시 홀리 상원의원(공화·미주리)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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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국장 후임으로 내정된 파텔은 2020년 대선을 사기로 규정한 친(親)트럼프 인사다. 트럼프 당선자가 재집권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승리를 도운 것으로 판단되는 언론인 등을 상대로 보복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수사기관 수장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레이 국장의 사의 표명을 즉각 환영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레이 사임이 ‘불공정(Injustice) 부처’로 알려져 온 것(법무부)의 무기화를 막을 것”이라며 “레이 리더십 아래 FBI는 명분 없이 불법으로 내 집을 급습하는 등 미국의 성공과 미래를 가로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파텔은 FBI를 이끌기에 가장 적합한 지명자이며, 법과 질서 및 정의가 우리나라에 곧 다시 돌아오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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