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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3만여 명 숨진 시리아 ‘인간 도살장’… 실종 가족 찾아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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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세드나야 감옥 실체 공개

조선일보

고문 도구까지… 세드나야 감옥의 참상 - 9일 한 남성이 시리아 세드나야 감옥 안에서 발견한, 처형 등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올가미 모양의 밧줄을 들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대항한 정치범들을 잔혹하게 고문하고 처형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이 감옥의 실태가 처음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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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을 축출한 반군이 시리아 전역에서 정치범 수십만 명을 석방하면서 이들이 갇혀 있던 감옥의 잔혹한 참상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인간 도살장’으로 악명 높았던 세드나야 감옥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반군은 인근 세드나야 감옥의 수감자들을 석방하며 “(알아사드) 정권의 감옥에서 억압받는 모든 수감자를 해방한다”고 선언했다. 반군은 다마스쿠스로 진격하는 동안에도 점령한 도시마다 감옥 문을 열어 수감자들을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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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 위치한 세드나야 감옥의 전경. 수감된 가족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이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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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30㎞쯤 떨어진 세드나야 감옥은 알아사드 정권이 수십 년간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수감해 온 곳으로, 정권의 폭압을 상징하는 장소다. 세드나야 감옥 실종자 협회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3만명 이상이 이곳에서 처형되거나 고문·굶주림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세드나야 감옥의 존재는 알려졌지만 내부 구조나 운영 실태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나 다마스쿠스를 점령한 반군이 수감자들을 풀어주면서 이곳의 참상도 공개됐다. 이번에 밝혀진 정보를 종합하면 세드나야 감옥 외부에는 대전차·대인지뢰가 촘촘하게 매설됐고, 알아사드 정권에 충성하는 정예 병력이 주변을 순찰했다. 수감 시설은 건물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레드 빌딩’은 수용소다. Y 자 모양 건물 중앙에 나선형 계단이 있고, 계단을 둘러싼 쇠창살 뒤에 감옥의 세 동(棟)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는 구조다. 반군은 각 동이 각기 다른 고문에 특화돼 있으며, 외부로 통하는 창문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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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수용소에서 약간 떨어진 ‘화이트 빌딩’은 사형 집행용 건물이다. 처형될 사람들의 명단이 도착하면 레드 빌딩 수감자들은 눈가리개를 하고 화이트 빌딩의 ‘사형실’로 끌려가 교수형을 당했다. 2017년 전직 교도관들의 증언을 토대로 감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던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곳에 최대 30명을 동시에 교수형에 처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고 밝혔다. 바로 옆에는 처형한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도 있다.

반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감옥에서 자행된 고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감옥 곳곳에 밧줄을 비롯한 각종 고문 도구가 널브러져 있고, 독방에는 썩은 물과 피가 고여 있기도 했다. 수감자들은 바닥이 피와 땀으로 범벅된 공간에서 지냈으며, 허락 없이 말을 하거나 잠을 자면 옷가지 등을 압수당했다고 말했다. 친척이나 가족이 함께 수감된 경우 서로를 고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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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나야 감옥에서 발견된 올가미 모양으로 묶여 있는 굵은 밧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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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감옥에는 알아사드 정권 치하에서 가족이나 지인이 체포·투옥됐거나 행방불명된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갓난아기 때 아버지가 이곳에 끌려간 열두 살 소년 무스타파 나다프는 할머니와 함께 세드나야 감옥을 찾아 “아빠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다프의 삼촌은 형제를 찾기 위해 다른 감옥으로 갔다. 실종자 구호 단체 바하르의 샤르반 이베시 대표는 “풀려난 사람들은 방향 감각을 잃은 듯 보였고 시간대도 모르는 상태였다”며 “이름이나 나이를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구조대원들이 감옥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어려웠다”며 혼란스러운 현장 상황도 전했다. 오랜 시간 투옥되거나 행방불명됐던 사람이 워낙 많아 이들을 찾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군 측 구조 단체 화이트헬멧은 “세드나야 감옥 수색을 마쳤지만 실종자들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러 나라에 흩어졌던 시리아 난민들은 알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귀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국경을 활짝 열고 있다. 독일·영국·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은 9일 일제히 “시리아 난민의 망명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난민 350만명이 거주 중인 튀르키예는 2013년 차량 폭탄 테러로 폐쇄했던 야일라다으 국경 검문소를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발생한 시리아 난민은 630만명 이상이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9일 골란고원의 시리아 국경 인근 완충지대에 탱크를 투입한 데 이어 10일 추가로 병력을 투입해 시리아 영토 안까지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다마스쿠스에서 21㎞ 거리인 카타나 남부 마을 부근에 배치된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영토로 진입한 것은 1974년 4차 중동전 이후 50년 만이다. 시리아 반군이나 친이란 무장세력과 충돌할 경우, 시리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다만 이스라엘군 나다브 쇼샤니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은 다마스쿠스로 진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드나야 감옥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약 30㎞ 거리에 있는 감옥. 1987년 지어져 군사 교정 시설로 사용되었으나, 내전이 발생한 2011년부터 반(反)정권 인사들을 잡아들이는 정치범 수용소로 쓰였다. 고문이나 처형을 당하며 잔인하게 죽어나간 이들이 많아 ‘인간 도살장’으로 불렸다.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는 그동안 이 같은 감옥의 존재를 부정하며 ‘가짜 뉴스’라고 주장해 왔지만, 반군이 세드나야 감옥의 문을 열면서 참상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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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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