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정성우 방첩사 1처장 등의 증언을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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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와 관련한 국회 회의에서 계엄과 관계없는 군사 기밀과 보안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에선 민주당 의원이 군 핵심 보안시설인 ‘결심실’에 대해 공개적으로 물었고, 육군 대장(총장)은 합참 전투통제실과 지휘통제실의 구체적 위치와 시설까지 설명했다. 국방위원장이 “보안 사안 아니냐”고 지적하고, 국방부 차관이 “중요한 전투 시설 개념을 얘기하고 있다. (발언을) 끊어야 한다”고 제지해야 했다. 생중계되는 국회 상임위에서 유사시 국군 지휘부가 차려질 장소 등을 최고위 장성이 자기 입으로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모두 들었을 것이다. 이적 행위나 다름없다.
국방위에선 대북 첩보 기관인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실명과 수도방위사령부 지하 시설도 공개됐다. 정보사 요원 실명은 북한이 가장 눈독 들이는 정보다. 수방사령관이 서둘러 발언을 신청해 “정보 요원은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며 “우리가 오랜 시간 쌓아온 자산이 한 번에 날아가는 게 굉장히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 역시 북한이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4성 장군 출신인 민주당 의원은 대북 특수부대의 배치와 이동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북한군으로 위장해 소요 사태를 조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평양 무인기’가 북한 도발 유도용이라는 주장을 하며 드론작전사령부 내 화재 사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는 밝혀야 한다. 하지만 계엄과 관련 없는 군사 기밀을 보호한 채 얼마든지 전모를 밝힐 수 있다. 그런데도 군 최고 지휘관인 장군들이 자신 혼자 살기 위해 군 기밀과 정보 자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유출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 어떤 동맹이 핵심 정보를 주겠나. 다른 부대도 아닌 특전사 여단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울기도 했다. 살려 달라고 비는 것처럼 보였다. 군인이면, 그것도 장군이라면 잘못한 게 없으면 당당하게 나서고, 잘못한 게 있으면 깨끗하게 책임져야 한다. 이런 군인들이 국가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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