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책으로 '내년 2~3월 대통령 퇴진, 4~5월 대선'이라는 안을 마련해 의원총회에서 논의했지만 그나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3월 퇴진'안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너무 한만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에 대해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극민의힘은 10일 오전부터 저녁 8시께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당 '정국안정TF'로부터 '2~3월 퇴진안'을 보고받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오늘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곽규택 수석대변인)라고 밝혔다.
정국안정TF 단장을 맡은 이양수 의원은 다만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퇴진 시점은 '탄핵보다 빠르고 명확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이 됐다"고 했다. 그는 "오늘이 화요일인데 민주당에서 탄핵 본회의를 예고한 게 토요일(14일)이지 않느냐. 그래서 금요일(13일) 정도까지 계속 협의를 해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왜 즉시 하야가 아니라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즉각 하야를 하게 되면 60일 뒤에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그러면 양당 모두 대선후보를 선출할 시간적 여유라든가 선거운동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야당 대표의 사법처리 때문에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야당 대표 사법 처리가 끝나려면 6월 정도가 돼야 하는데 저희는 대선을 치르는 시점을 4~5월로 예정했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3심까지 끝나 출마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사법 리스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야보다 탄핵이 낫다는 의견 개진은 없었나'라고 묻자 이 의원은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질서 있는 퇴진'이 탄핵으로 바뀌거나 그것이 더 좋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탄핵을 하게 되면 헌재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가가 엄청나게 혼란스럽다. 양분되고, 이념적 진영이 나눠져서 계속 싸우고,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엉망이 된다.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한 이유는 국가적 혼란을 막아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탄핵 당시보다 현 상황의 불안정성이 더 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 나쁘다는 지적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퇴진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일단 적극적으로 협의해 보겠다"고만 했다. '대통령이 하야하기 전에 구속되면 더 큰 혼란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러면 그때 가서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추가적으로 의논해야 될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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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를 주도해야 할 한동훈 당대표는 이날도 침묵을 지켰다. 자신이 의총장에서 '대통령의 선의에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만 의총 후 "정확하게 나온 얘기가 아니어서 그렇게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부인한 것이 이날 한 대표가 취재진 앞에서 한 말의 거의 전부였다.
해당 발언은 한 대표가 결국 '선의'가 아닌, 명확한 법적 직무정지를 동반하는 탄핵안 가결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 가능성 때문에 주목받았다. 이 의원은 이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선의가 아닌) 호의. 이 안이 대통령실과 협의를 해서 그쪽으로부터 합의를 인정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호의가 있어야지만 이게 실질적으로 확정이 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가 의총장에서 한 말이 실제로 어떤 의도였는지와는 무관하게, 이같은 논란 자체가 '질서 있는 퇴진'안의 모호함, 특히 윤 대통령의 선의 또는 호의에 기대야 하는 부분이 크다는 본질적 불안정성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불안정한 퇴진안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솟구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전 의총 후 "저는 2월 퇴진이든 3월 퇴진이든 조기 퇴진. 조기 하야에 반대"라며 "한 마디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탄핵을 하든 하야를 하든 도긴개긴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주검 위에 새로운 정권을 세울 수는 없다"며 "낙인 찍힌 정당이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조기 퇴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의도대로 절차와 과정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 아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여러 가지 사법적 심판으로 인해서 피선거권이 상실되기 전에 다음 대선을 치러야 된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데 그런 부분을 잘 판단해서 결정해 나가야 된다고 중지를 모았다"며 "(이 대표 재판의) 2심·3심이 각각 3개월이면 아마 대략 내년 5월이 되는 것 같은데, 그런 시간을 우리도 염두에 두고 대응을 해 나가야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날 조경태·김상욱 의원이 사실상 탄핵 찬성투표 의사를 밝히고, 배현진 의원도 투표 참여를 주장하는 등 14일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가 감지된 점은 변수다. 이는 윤상현·나경원 의원 등 중진들 위주로 다수 당론이 정비되든 말든, 단 8표만 찬성표가 나와도 탄핵안이 가결되는 의석 분포 때문에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국회 내 범야권 의석이 192석이기에, 이미 지난 12.7 탄핵소추안 표결에서부터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조경태·김상욱 의원을 더하면 탄핵 가결까지는 단 4표만 남게 된다.
이날 조경태 의원은 "두 달? 넉 달? 이것은 너무 길다고 국민은 생각한다. 이번 주 내에 퇴진하지 않게 되면, 토요일에 탄핵 방식으로라도 직무정지를 시켜야 한다"고 했고, 김상욱 의원은 "대통령은 즉각 집무를 정지하고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헌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을 기획한 대통령에 대한 차회 탄핵표결에 찬성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 '탄핵 반대' 둑 무너지나…소신 밝힌 김상욱·조경태, 배현진은 표결 참여)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오는 12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 권성동·김태호 의원이 후보 등록을 했다고 발표했다. 12.7 탄핵소추안 본회의 후 사퇴한 추경호 원내대표 후임을 뽑는 선거가 이 와중에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친한계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권 의원 등 기존 용산과 가까웠던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장면이 진종오 의원 휴대폰 화면을 촬영한 <일요시사> 사진 보도에 의해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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