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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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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 미사일함 벨리키 우스튜그가 2019년 9월 26일 동지중해 시리아 타르투스에 위치한 러시아 해군 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타르투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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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주변국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막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를 미국이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러시아는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 타르투스에 해군기지를 보유 중이다. 옛 소련 시절인 1971년에 설치된 이 해군기지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루빈 중동 담당 선임 연구원은 8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타르투스 해군 기지가 있는 라타키아 지역은 실권한 알라위파 거주지역”이라며 “이들을 반군으로부터 지켜주는 대가로 러시아 해군 기지를 인수하자”고 주장했다. 알라위파의 주요 관심사는 생존에 있으므로 북동부 시리아 지역의 쿠르드 자치지역처럼 라타키아를 알라위파 자치지역으로 보장해주고 대가로 해군 기지를 인수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수니파인 반군이 해당 지역으로 진입하려 할 경우 미국이 항공력으로 방어해주자”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시리아 정권 붕괴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상황이 흘러가도록 두라. 개입하지 말라”라며 불개입의사를 천명했다.



루빈 연구원은 “트럼프는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 협상의 달인인 그에게 성사시킬 만한 협상이 존재한다”며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지중해 해군 기지를 잃은 러시아 해군은 흑해에 갇히게 된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더 취약해진다는 뜻”이라며 “타르투스에 미 해군이 주둔하게 되면 점점 팽창주의적 성향을 띠며 지역 불안을 초래하는 튀르키예를 견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해외 해군기지를 차지한 건 전례가 있다. 옛 소련은 1962년 당시 소말리아와 협정을 체결해 베르베라 항구를 해군 기지로 사용했다. 그러나 1977~78년 오가덴 전쟁 중 소말리아가 냉전 진영을 바꾸면서 베르베라는 미국 손에 넘어갔다. 이후 베르베라는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 기지, 미군 함선의 기항지 등으로 활용됐다.



비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자 취향에도 맞춤형이라고 루빈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납세자 돈으로 해군 기지를 재건하고 업그레이드해두었다. 트럼프가 중시하는 비용 효율성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며 “미국이 라타키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시리아에서의 새로운 내전도 막을 수 있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지역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해당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권을 잡은 반군과 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군사기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와 연락 통로를 설치하는 등의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해군기지에 정박 중이던 호위함과 잠수함 등을 해안에서 8~10㎞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켰다. 반군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박격포 사거리 밖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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