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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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본회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전 이뤄진 심야 국무회의는 개의 및 폐회 선언이나 안건 상정, 부서(서명 절차) 등 핵심적인 절차는 모두 생략됐다. 윤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시간은 2~3분에 불과했고,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나 우려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앞에서 명시적으로 계엄에 반대한다고 표현한 국무위원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두 사람만 손을 들었다.
이와 관련, 12일 당시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조태열 장관은 윤 대통령 면전에서 수차례에 걸쳐 가장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는)우리 외교에 미칠 영향은 물론이고, 지난 70년 간 우리나라가 쌓아온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킬 문제이니 재고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무시한 채 자리를 뜨려 했다. 이에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을 따라나서며 또다시 계엄은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만류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역시 무시하고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곧바로 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시 국무회의를 법률상 계엄 선포에 필요한 요식행위 정도로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국무위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들이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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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은 이를 달리 볼 수 있다. 형법상 내란죄는 “부화수행(附和隨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부화수행은 내란 모의에서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행동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국무위원 중 내란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는 한 총리와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 등 3명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앞서 1979년 12·12 군사반란 가담 혐의로 기소된 이희성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이 “전두환의 전권을 막을 힘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당시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힘에 밀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하급 관리)의 일이고, 피고인들처럼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한 공직자에겐 이런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희성은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국무회의에 참여한 국무위원들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계엄을 막지 못한 것을 행동으로 좇는 부화수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국무위원들은 국회 등에서 사후적으로 당시 국무회의 상황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걸(계엄을) 해야 된다고 찬성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저도 똑같은 입장이었다. 여러 가지 의견, 우려를 전하고 이야기를 다 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의료인들이 48시간 이내 복귀하지 않을 시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비상계엄 포고령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잘못됐다고 얘기하지 못했다. 회의 중엔 인지하지 못했다”며 “비상진료체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만 생각을 했고, 포고령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옆 분에게) 계엄이란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말도 안 된다, 막아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지만, 당시엔 대통령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몸으로라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중앙일보에 “(계엄 선포 시)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늦게 도착해 충분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웠으며, 비상계엄 선포가 민생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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