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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윤석열, 트럼프 보고 배웠나…의회 점령 시도하고 반성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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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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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기로에 서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대 야당의 횡포’ 등을 들어 12·3 내란사태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지난 2021년 1월6일 미국 의사당 점거 사태로 이어졌던 당시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불복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12·3 내란사태에서 1·6 의회 폭동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탓이다.



12·3 내란사태와 1·6 의회폭동은 폭력을 동원해 의회의 민주적 절차를 막으려 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2020년 11월3일 미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는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중대한 부정투표로 인해 패배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한편 주요 주들의 공화당 의원과 선거관리자들에게 선거 조작을 지시했다. 또 조직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수십여개의 소송전에 돌입하기도 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대선 불복 계획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자 트럼프는 12월19일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1월6일 워싱턴 대규모 집회”를 ‘선전’하기 시작했다.



1월 6일 백악관 앞 ‘미국을 구하라’(Save America) 집회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70여분간 지지자들을 달궜고, 트럼프의 ‘지령’을 받은 무리는 유리문을 부수며 의사당에 난입했다. 손에 소총과 몽둥이, 남부연합기를 든 사람도 있었다. 당시 의회에 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의원들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숨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한 미국 하원 특별조사위원회는 이 과정을 두고 폭력으로 대선 결과 인증을 막으려 한 ‘반란 음모’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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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3일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1월6일(현지시각) 워싱턴 의사당 안에 난입한 가운데, 한 지지자가 깃발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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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12월3일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 대폭 삭감 및 단독 처리, 감사원장·검사 등 탄핵소추 발의, 특검 추진 등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정상적인 야당의 ‘정치 활동’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며 민주당을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아닌 군대과 경찰을 동원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 같은 시각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계엄군을 파견했다. 190명의 여아 의원들은 국회 담을 넘으면서 본회의장에 입성했고, 보좌진은 바리케이드를 쌓으며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다.



두 대통령이 3년의 시간차를 두고 획책한 ‘거사’의 목표는 의회의 민주적 투표 절차를 막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최종 확정하는 1월6일 상·하원 합동회의의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막으려고 했다. 부통령의 주재로 이뤄지는 이 절차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 거치는 마지막 ‘통과의례’였다. 트럼프는 앞서 펜스 부통령에게 이날 투표 인증을 거부할 것을 압박해왔으나 통하지 않자, 지지자들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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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6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 인증을 지켜보려던 방청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몸을 낮춰 대피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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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경우 여야 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를 무산시키는 게 목표였다. 실제 계엄 해제 뒤 쏟아진 군·경 관련자들의 진술을 보면 ‘의원 150명이 모이지 못하게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끌어내라’는 지시가 이뤄졌으며, 주요 인사들의 행적 파악과 함께 체포 지시까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 제77조6항은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인 150명 이상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이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2·3 내란사태와 1·6 의회폭동의 공통점 중 하나는 두 대통령 모두 ‘내란’ 또는 ‘반란’에 실패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각)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감 중인 1·6 의회 폭동 관련자들을 사면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매우 빨리 움직일 것, (취임) 첫날(에 사면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두번째 임기 출범을 앞둔 지금까지 한번도 1·6 의회 폭동이 잘못된 행위였다고 시사한 적이 없다. 그는 실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폭동 주동자들을 “굉장한 애국자”라고 치켜 세우면서 여전히 2020년 대선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냐”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두 대통령의 ‘내란’-‘반란 평행이론’은 극우 보수 팬덤을 겨냥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선동해 미국 역사가 한번도 보지 못한 ‘민주주의의 붕괴’를 현실화했다. 이들을 끊임없이 추동하고 추켜세운 결과 미국 정치에서 영원히 퇴출될 것 같았던 트럼프는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화려한 복귀를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담화도 초읽기에 들어간 탄핵 및 내란 혐의 기소를 앞두고 남아있는 10% 남짓한 극우 보수 지지층을 향해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며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려 기사회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광화문의 지지층을 향해서는 ‘돌격 앞으로’의 신호를 주는 분위기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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