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담화 내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질문받자 “관련 상황에 주목하고 있고, 한국 측의 발언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소와 연결시켜 근거 없는 이른바 ‘중국 간첩설’을 제기하고,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폄하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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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통상 다른 나라의 정치 상황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아끼는 편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인 4일에도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이 중국인과 관련 기관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라면서도 “내정에는 논평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거명한 만큼 중국도 비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야당의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 위협 상황을 설명하면서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며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최소 2년 이상 한국의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며 “이 사람은 중국에서 입국하자마자 곧장 국정원으로 가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현행 법률로는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또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며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은 고사될 것이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인의 국내 드론 촬영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해외에 있는 중국 공민(시민)에 현지 법률·법규를 준수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고, 우리는 한국 측이 언급한 관련 사건이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음에 주목했다”며 “중국과 한국 관련 부문은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측이 중국 공민이 연루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중국에 사건 처리 상황을 제때 통보하며, 사건에 연루된 중국 공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중국산 태양광 시설 관련 언급에 대해서는 “중국의 녹색 산업 발전은 세계 시장의 수요와 기술 혁신, 충분한 경쟁의 결과”라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중요한 공헌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중국이 날을 세웠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도를 뜻한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다른 사람의 말참견을 불허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사용해 거칠게 반발한 바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한·중 관계 역시 표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년째 얼어붙어 있던 양국 관계는 최근 조금씩 개선 조짐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시작을 앞두고 중국이 주변국 관리에 돌입하면서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거론됐다.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신임 주중한국대사의 임명이 미뤄지는 등 양국 교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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