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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내란죄 피의자' 尹의 거짓말, 그리고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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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마비 의도 없었다" 주장…특전사령관 "尹이 끌어내라 지시"
계엄 선포, 국가 비상사태 아닌 "야당에 경고 목적"


더팩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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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계엄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계엄 당시 투입됐던 군 관계자의 증언 등과 배치되는 지점이 있어 또다시 '거짓말'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비상계엄의 명분을 설명하다 오히려 위헌적인 조치였음을 인정하며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공개한 대국민담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약 29분 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과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함께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다기보다는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하며 내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설명 중 그동안 국회 현안질의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비판 여론에 부채질을 한 분위기다. 명태균 씨 폭로에 대한 입장을 밝혔을 때부터 이어진 거짓해명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시 국회 병력 투입을 두고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심의가 이뤄졌고, 방송을 통해 온 국민이 국회 상황을 지켜봤다"며 "자유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 국민들께 망국적 상황을 호소하는 불가피한 비상조치를 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고, 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 이동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던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이 일종의 '보여주기'였다는 해명이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계엄군의 무력을 바탕으로 계엄 통치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경고성 조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회 상임위 현안질의에서 이와 상반되는 증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의결을 막기 위해 현장 지휘관에게 무력진압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께서 제게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했다"며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며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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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모인 시민들이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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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다.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진실공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외에도 계엄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인사들이 있었다는 정황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0일 전체회의 휴정 시간에 곽종근 사령관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곽 사령관은 3일 비상계엄 이전인 1일 계엄에 대한 사전 내용도 알고 있었다. 사전에 알았다는 건 검찰에 진술하지 않았다. 제게 오늘 공익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2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조사결과 그간 국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비상계엄 발령 수시간 전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들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배경 중 하나로 제시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번 비상계엄 때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위해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마침 중앙선관위 현장점검이 있어 행안위 위원들이 관련 상황을 다 점검하고 계엄군이 접근했던 현장도 방문했다"며 "확인해보니 서버의 데이터는 해킹이 불가능하다. 선관위 내부 컴퓨터에 접근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인터넷망이든 와이파이든 물리적인 서버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중앙선관위도 이날 담화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중앙선관위,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지난해 7월 3일부터 9월 22일까지 12주간 합동으로 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에 대한 보안컨설팅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일부 취약점이 발견되었으나 북한의 해킹에 따른 선거시스템 침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선거에 있어서 부정선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추어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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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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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짓말 논란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이번 담화로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적인 조치였다고 자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국가적인 위기에 대비한 가장 극단적인 조치인 계엄을 마치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통치 수단 정도로 인식했다는 점도 스스로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을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나"라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경고성이었다고 설명한 것은 당시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음을 반증한다.

담화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이같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내란 범죄 행위는 누구도 할 수 없고, 결코 통치 행위가 될 수도 없다"며 "왜 즉각 직무에서 배제해야 하는지, 집권을 중지해야 하는지 너무나 명징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민석 민주당 12·3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장은 "헌정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실패할 계엄을 기획했단 발언은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계엄 발동의 자백이며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쏘아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대국민 담화) 내용은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을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한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해석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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