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테마주들이 때아닌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국이 어수선한 걸 틈타 한몫 챙기려는 단타족들의 등장이다. 이런 종목들은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이른바 ‘꾼(투기세력)들의 영역’이다. 일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흐름에 올라타다가는 돈을 잃기 쉽다.
정치 테마주란, 기업의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면서 가격이 급등락하는 종목이다. 기업 가치와는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다. 미국에도 정치 테마주와 유사한 ‘정책주도주’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유력 정치인의 정책 이슈로 움직인다. 반면, 한국 정치 테마주는 정책보다는 사사로운 인연으로 오르내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파스넷은 신동훈 사외이사가 한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문이다. 또 다른 테마주인 태양금속은 한우삼 대표가 한 대표와 같은 청주 한씨다. 대상홀딩스는 양동운 사외이사가 한 대표와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한 대표의 현대고 동창인 배우 이정재의 여자 친구가 부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테마주 83개를 분석한 결과, 후보와 경영진 사이 공통 지인이 44%, 경영진과의 사적 인연이 18%, 학연이 16%였다. 이렇게 실체가 없고 뉴스와 소문만으로 오르내리다보니 변동성이 심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파스넷은 지난 4일에는 29.88%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9일에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비상 시국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창업한 안랩 주가는 9일 25.57% 상승했다가, 다음 날인 10일에는 7.07% 하락했지만, 11일부터 다시 상승세다. 이렇게 변동성이 심하다 보니 안랩 내부에서는 “정치적 이슈가 너무 부각돼, 기업 경쟁력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 테마주들은 공통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점을 정하는 것은 ‘꾼’들이다. 기업 가치 없이 소문에 오른 주가는 떨어질 때도 무섭게 떨어진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의 “정치 테마주 말로는 언제나 비참했다”는 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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