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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글로벌 아이] 떨어질 수 없는 이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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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내년엔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10년 넘게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해온 한 교민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기자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한·중 관계가 풀어질 기미가 보이면서 나를 비롯한 여러 교민이 사업 확장 등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는데, 앞으로 닥칠 미래가 암울하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달 1일 예고 없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주중대사관마저 사전에 알지 못한 갑작스러운 조치였다. 이는 오랜 기간 경색된 양국 관계에서 중국이 먼저 개선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중국이 추가로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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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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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에 불어오던 훈풍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차디찬 겨울바람으로 바뀌었다. 당장 대중 외교 공백이 우려된다. 주중 한국대사 교체를 앞둔 시기였기 때문이다. 정재호 대사는 이달 중 귀국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임기를 되돌아보며 “별다른 소회가 없다”고 밝힌 정 대사는 언제인지 모를 대통령의 귀국 명령을 기다리며 ‘말년’을 보내야 한다. 후임으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실 실장 역시 베이징 땅을 언제 밟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은 12일 담화에서 중국을 한국의 안보과 경제를 위협하는 국가로 콕 집었다. 뜬금없이 중국인의 미국 항공모함 드론 촬영과 중국산 태양광 시설을 문제 삼았다. 그 흔한 외교적 수사도 없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대 중국 인식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비상계엄 정국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한·중 관계는 중국 측 표현대로 ‘떨어질 수 없는 이웃(搬不走的鄰居)’이다. 미우나 고우나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중국을 향해 외교적·경제적으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상식이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도 시 주석을 향해선 “좋은 친구”라고 칭했다. 자신의 취임식에 시 주석을 초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페루에서 2년 만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29분간 한 자리에서 손을 맞잡으며 양국 교류 협력 심화에 공감대를 만들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모든 약속은 물거품 될 처지다. 중국 내 우리 기업과 교민의 한숨은 언제나 그치게 될까.

이도성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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