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인기 식당으로도 번진
연말 암표 요지경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식당 예약권 암표 거래 경고문(왼쪽)와 중고거리 사이트에 올라온 흑백요리사 출연 요리사 식당 예약권 양도 글.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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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거래가 걸리면 식당 예약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자체적으로 영구 블랙(정지)입니다. 예약 거래를 제보해주시면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암표 거래 현장을 잡은 분께는 예약권을 드리겠습니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우승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경고문이다. 그는 자신의 식당 ‘비아톨레도 파스타바’ 예약권을 “2인 70만원 이상에 구매하겠다”며 웃돈을 주고 암표로 구하려는 글을 캡처해 함께 올렸다.
코스로만 제공되는 권 셰프 레스토랑의 식사비는 8만9000~11만9000원. 하지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이 식당 예약권은 50만~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예약자 2명 기준 150만원을 제시하자 구매를 희망하는 거래자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식당까지 암표 기승
연말이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암표가 유명 가수 콘서트와 뮤지컬 공연, 스포츠 경기를 넘어 식당 예약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흑백요리사 톱8에 오른 최현석 셰프도 자신의 레스토랑 ‘쵸이닷’ SNS 계정에 “온라인 중고 거래 커뮤니티 등에서 쵸이닷 식사권 암표와 양도권이 거래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국내 맛집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 김은조 편집장은 “크리스마스 등 외식 수요가 몰리는 연말이라 인기 식당 불법 암표 거래가 더 활개 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암표는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주로 거래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접수된 전체 암표 신고의 80%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 대한 신고였다. 유명 식당 예약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 전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예매 방식으론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예약 오픈 시각에 예매 버튼을 아무리 클릭해도 접속 지연만 반복되다가 ‘잔여 0석’ ‘나의 대기 순서 21037′ 같은 메시지에 절망하기 일쑤다.
예약 오픈 시각 직후부터 중고 거래 앱에는 ‘OOO 예약권 양도’ ‘12월 O일 OOOO 2인 식사권’ 등 식당 좌석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웃돈을 붙여 판매하겠다는 글들이다. 채팅으로 연락하면 “정가 양도가 아니라 (티켓 원가 10만원에 웃돈 15만원을 붙인) 25만원이고 선입금하면 예약 번호를 보내주겠다”며 본색을 드러낸다. 이른바 ‘플미충’. ‘프리미엄(웃돈)+벌레 충(蟲)’을 합친 신조어로, 쉽게 말해 암표상이다.
중고 거래 카페에 올라온 임영웅 콘서트 티켓 양도 글.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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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공연 암표 주범 ‘플미충’
플미충으로 인기 공연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가격은 폭등한다. 가수 성시경의 콘서트 티켓은 가장 비싼 VIP석이 15만4000원, 가장 싼 A석은 12만1000원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20만~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 배우 변우석 팬미팅 입장권은 정가 7만7000원의 30배가 넘는 235만원에 팔렸다. 지난 5월 가수 임영웅 콘서트의 VIP석은 18만7000원이었지만 암표 가격이 3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예매처에서 암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캐치테이블, 인터파크트리플, NHN링크 등 예매처들은 억울하단 입장. 한 예매처 관계자는 “다양한 매크로 로그를 수집·분석해 지속적으로 차단하고 있고, 페널티를 줄 방법도 모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종 수법이 계속 등장해 막기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10월 매크로를 악용한 암표상을 처벌할 수 있는 공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매크로란 특정 작업을 여러 번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암표상들이 티켓 대량 구매에 사용한다. 문제는 신고가 접수돼도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매크로를 돌렸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이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식당 예약권의 경우 현행법에 명시된 ‘입장권’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의견이 갈린다. 경범죄처벌법에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은 명시돼 있지만 식당은 아니기 때문.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나루터까지 들어간 낡은 법을 개정하고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며 “불법 예약권을 구매한 이용자에 대한 제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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