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난 14일 응원봉을 들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촛불대행진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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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발표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선언이 끝나기도 전에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득표수 300표 중, 가 204표…”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시민 함성과 함께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가 울려 퍼졌다. 탄핵 집회 상징곡으로 거듭난 다만세에 이어 에스파의 ‘수퍼노바’ ‘넥스트 레벨’, BTS의 ‘불타오르네’ 등 케이팝에 민중가요가 뒤를 이었다.
경향신문은 시민들에게 집회 ‘최애곡’을 뽑아달라고 했다. 시민들은 집회 참가를 거듭하면서 대중가요 노랫말에 ‘윤 대통령 탄핵’의 맥락이 더해진 “민주주의 플레이리스트가 생겼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때의 함성을 기억할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14일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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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가사 中
20~30대 여성들은 다만세를 최애곡으로 꼽은 경우가 많았다. 출산 약 100일 만에 울산에서 상경한 김태린씨(32)는 ‘눈앞에 있는 거친 길도 포기할 수 없다’는 가사가 가장 와닿았다고 했다. 김씨는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도 포기할 수 없다”며 “부모 세대가 피 흘려 지켜온 민주주의를 나도 지키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고, 다시 위기가 와도 딸이 엄마를 봤듯이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이라는 가사가 좋았다는 박예진씨(25)는 “대통령 탄핵이 최근 10년 동안만 2번째”라며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난 게 비극이지만,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 14일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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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다가와 Ah Oh Ay 거세게 커져가 Ah Oh Ay
- 에스파(Aespa) - 수퍼노바(Supernova) 가사 中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과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 없는 노랫말이 ‘찰떡’인 경우도 찾았다. 인천에서 온 유모씨(37)는 최애곡으로 에스파의 ‘수퍼노바’를 꼽았다. 유씨는 “‘사건은 다가와, 거세게 커져가’라는 가사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완전 ‘탄핵송’이었다”며 “노래에 윤석열이 묻었다. 수퍼노바만 나오면 민주주의가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일과 14일 모두 집회에 참석했다는 직장인 정모씨(29)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시작 가사가 ‘영원한 건 절대 없어’인데 귀에 쏙 들어왔다”며 “철옹성 같았던 권력도 시민들의 저항 앞에선 영원하지 않다는 현 상황에 맞아떨어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인기 캐럴송인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개사한 ‘탄핵이 답이다’를 꼽은 시민도 있었다. 전남 곡성군에서 상경한 조해석씨(62)는 5·18 당시 광주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조씨는 “계엄과 시민들의 죽음을 직접 겪은 나에게는 이번만큼은 용서가 안 됐다”며 “가사 중 ‘국힘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비상계엄 해제를 막으려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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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中
민중가요의 고전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의미있게 다가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모씨(25)는 “‘산 자여 따르라’라는 가사가 과거 민주화 운동부터 지금까지 한 줄기 강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참석한 최근영씨(47)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배들한테 들을 때와는 달리,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 노래를 듣다 보니 과거 상황이 나한테 다가오는 것 같아서 가장 뭉클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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