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여의도에 조기 대선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최장 180일에 이르는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이 필요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차기 대선 후보들로 초점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내 '일극 체제'를 구축한 이재명 대표가 가장 앞서 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란 수습책을 직접 제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을 '보류'하겠다면서 사실상 향후 정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친이재명계(친명계) 정치인들을 전면에 배치한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 정책·조직·전략을 미리 마련해 두자는 취지에서 만든 기구다.
집권플랜본부는 이 대표의 정책 브랜드인 '먹사니즘'과 '문화주도 성장'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안정감을 과시하는 한편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 정책을 속속 선보이고 사회통합 행보도 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변수로 꼽힌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 외에 김동연 경기도지사 행보도 눈에 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저 역시 끝까지 위대한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 외에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급거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최근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김부겸 전 총리도 잠룡으로 거론된다.
8년 전에 이어 다시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지만 여권에서도 잠룡들 움직임은 시작됐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당이긴 하지만 범보수 진영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탄핵 이후 가장 먼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사람도 바로 이 의원이다. 그는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방송에 출연해 '대선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 시장도 자신의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꼭 대통령이 돼 홍 시장이 운영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자 "고맙습니다"라고 호응했다.
계엄 전후의 상황이 드러나자 탄핵 찬성으로 의견을 바꿨던 오 시장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참담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면서 목소리를 냈다. 오 시장은 중도 포용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여전히 여권의 유력 주자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기존에 여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한 대표도 대권 도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 대표는 탄핵 이후 친윤석열계(친윤계)에서 집중 공격을 받고 있으나 계엄 선포 직후 해제 요구안 통과를 독려하고 탄핵안 가결을 이끌었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중도보수 진영의 지지를 끌어낼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전형민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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