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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여적] ‘2030 여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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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색깔로 목소리를 내는 오색 빛깔 응원봉이 마치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 같지 않나요?” 좋아하는 K팝 가수의 팬클럽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30대 여성이 한 말이다.

이번 탄핵 집회의 가장 큰 주역은 단연 2030 여성들이다. 가요 시상식 방청권을 얻기 위해 혹한기 노숙도 불사하고, 다른 팬들과 핫팩과 간식을 나누던 이들의 ‘덕질’ 문화가 한겨울 거리 집회에서 빛을 발했다. K팝 산업의 확장을 이끈 원동력이지만, ‘빠순이’로 불리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이들의 열정과 조직력이 정치 집회에 새로운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었다.

정치적 주체가 된 2030 여성의 힘은 참석자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향신문이 서울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7일 여의도 집회 참가자를 성별·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 비율이 1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 남성(13.6%), 30대 여성(10.8%) 순이었다. 전체 참여자 10명 중 3명꼴로 2030 여성이다.

사실 20대 여성의 시위 참여율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히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젊은 여성들의 조직력이 정치적 행동으로 나아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2030 여성이 이번 탄핵 집회 선두에 서게 된 원인에 윤석열 정부가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정부를 거치며 딥페이크, 교제살인 등 여성 인권은 더 열악해졌다. 한 참가자는 경향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강남역 살인사건,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이면서, 노동자이다. 대한민국 여성이야말로 정치에 참여해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존재다.”

대통령은 탄핵소추됐지만, 그것만으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조차 자신을 페미니스트·성소수자라 밝힌 발언자들을 향해서 “끌어내려라”라는 야유가 쏟아졌다고 한다. 집회를 밝게 비춘 2030 여성의 응원봉에 힘을 얻었다면,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에도 온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한다.

경향신문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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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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