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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시선]사람을 마음대로 가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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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묵은 때 하나를 벗겨냈다. 일상으로 돌아와 달력을 보니 어느새 12월 중순이다. 올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내년, 국회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헌법에 위반된 외국인 구금 제도를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외국인 구금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 국회에 2025년 5월31까지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헌재 결정의 배경이 된 사례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미성년자인 난민 신청자가 체류 기간이 넘었다는 이유로 구금되었다. 아동 구금을 금지하는 국제법에 정면으로 위반된 위법한 구금이었다. 아이는 20여명의 어른들 사이에서 의사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국가기관이 사람을 가두는 데 영장이 필요 없었다. 외국인보호소가 출국을 도와주는 행정기관이라는 이유로 영장 없이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속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 제12조는 외국인보호소 담장을 넘지 못했다. ‘출국할 수 있을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는 출입국관리법 때문에 수년간 갇혀 있던 외국인도 많았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외국인 구금 제도의 위헌성은 명확했다. 구금 기간 상한이 없고, 구금의 정당성을 판단할 객관적 심사제도가 없으며, 인신구속 과정에 당사자의 의견 진술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제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확인된 3가지 문제점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몇 가지 법률안들은 이런 점에서 충분하지 못하다. 구금 기간 상한을 1년6개월까지로 정하거나, 위법한 구금을 걸러낼 사법적 장치도 없다. 아동 구금을 금지하는 최소한의 인권 원칙에 대한 선언도 없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새로운 제도에는 최소한 다음의 원칙이 반영되어야 한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영장 없는 구금은 ‘출국을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기간이어야 한다. 출입국관리법도 90일 이상의 체류를 ‘장기체류’로 구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구금된 외국인이 90일 이상 출국하지 못했다면 인신구속이 아닌 다른 절차로 전환되어야 한다. 위법한 구금을 걸러내기 위해 구금이 개시된 후 사법기관을 통한 적부심 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 30일 이상 구금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연장심사 절차가 보장되어야 하고, 연장심사는 구금을 계속할 필요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끝으로, 아동·장애인·난민 등 당사자의 특수한 사정은 구금을 개시할 때 소극적 요건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국경이 낮아지고 이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람을 구금시설에 가두는 방법의 관리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출입국관리법도 자발적인 출국을 우선하는 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단속해 가두는 방식이 아닌 인권과 질서가 공존될 수 있는 새로운 이민정책 상상력이 필요하다.

경향신문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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