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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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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조부터 바꿔라”…혐오·소외 당한 이들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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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들, 성평등 가치 무시했기에 국회로 뛰쳐나와

‘장애인권 약탈 말라’ 장애인도 민주주의 참여 도와야

기후위기 외면·역사 기관장들 ‘왜곡’ 등 바로잡을 때”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탄핵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200만명, 경찰 추산 24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탄핵을 촉구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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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시민 200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국회로 향한 직접적 계기는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발걸음을 재촉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배제되고 소외당한 시민들의 켜켜이 쌓인 불만도 이들을 국회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15일 “윤 대통령 탄핵은 이제 겨우 고비 하나를 넘은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진정한 탄핵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여성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은 ‘성차별 정권’에 대한 탄핵”이라고 규정했다.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활동하는 조혜원씨(24)는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나오고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일상에서 느끼는 젠더폭력의 위협과 성평등의 가치를 무시했기 때문에 수많은 여성이 탄핵을 외친 것”이라 말했다.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 대표도 “정부는 올해 여성폭력 방지·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해 피해자들의 일상회복과 치유를 방해했다”며 “이번 탄핵은 성평등을 퇴보시킨 대통령 탄핵”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성차별 정치, 갈라치기 정치를 물리치고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윤석열 정부가 무시해온 여성, 성소수자들이 한목소리로 평등과 안전을 외친 결과가 이번 탄핵이라는 점을 다음 정부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다음 정부는 최소한 디지털 성범죄 같은 젠더폭력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권 활동가들은 “윤 대통령 탄핵은 장애인 인권을 약탈한 정부에 대한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약화하고, 이동권 운동을 폭력 조장 운동이라고 낙인찍었으며, 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일자리에서 해고했다”면서 “장애인권 ‘약탈자’나 다름없었다”고 비판했다.

계엄 해제 다음날 장애인들은 “탄핵”과 “장애인 권리 입법·예산 보장”을 외치며 국회 본관 계단을 포체투지(땅에 몸을 던져 기어감)로 올라갔다. 이곳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인권과 예산이 보장되지 못한 데에는 민주당 역시 책임이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활동가들은 “윤 대통령 탄핵은 기후위기를 외면한 정권의 몰락”이라고 평가했다. 아기기후소송 등 각종 기후소송을 대리해온 윤세종 변호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여 1.5도 목표를 달성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기후변화가 결정된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인데 윤석열 정부는 산업계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오히려 줄였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기후변화를 외면해도 괜찮은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 위반”이라고 말했다.

지금 26개월 된 아이가 배안에 있을 때 아기기후소송에 참여한 이동현씨(42)는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배출권 거래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하면 아이가 스물일곱 살이 되는 2050년에는 더 큰 짐이 떠넘겨질 것”이라 했다.

이들은 탄핵 이후 에너지 정책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 변호사는 “기후위기로 우리 자녀들이 얼마나 부담을 지게 될지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며 “정부가 나서 내년 기후변화총회까지 계획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학계에서는 “반헌법적 계엄과 탄핵은 윤석열 정부 역사 왜곡의 연장선에 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화성시 창의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이종관 교사(44)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정부는 친일외교 기조에 맞춰 국민이 배워온 역사 상식과는 괴리되는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역사 왜곡 주장을 해온 이들이 정부기관장을 맡고 있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병욱 전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진실화해위원회 같은 기관은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졌는데 과거 독재 정치를 옹호하는 기관으로 변질돼가고 있다”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에도 일제 식민지를 미화하고 민족의 자주성·주체성을 훼손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도 “역사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을 뉴라이트 인사로 채운 것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도 위헌이자 민주주의 역사 파괴라는 것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슬·강한들·오동욱·김정화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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