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소추… 원로 인터뷰] [1]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 앞에 선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성파 스님은 “지금 세상에 화가 너무 많다. 모두가 성내는 마음[嗔心·진심]으로 상대를 적대시하고 있다. 본래 마음[眞心·진심]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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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입니다. 심히 걱정됩니다. 모든 것은 욕심 때문입니다. 욕심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性坡·85) 스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해제에 이어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의라는 세속의 격랑은 적막한 산사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은 “2022년 3월 말 취임 법회 때 ‘봄이 오고 꽃이 피는데 사람 마음은 차갑다’고 즉석 법문을 한 이유가 민심의 분열과 갈등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며 “지난 2년여 동안 그 차가운 마음이 전혀 풀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파 스님은 “모든 일에는 질서가 있는데 욕심 때문에 질서가 무너졌다”며 “모두가 육체의 시력은 좋은데 욕심 때문에 눈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욕심 내려놓기’를 강조했다. 향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분열과 갈등이 자칫 대한민국의 분열과 공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서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되거나 경제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바다에 이는 파도의 흐름 같은 것, 나라만 유지된다면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며 “주변에서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때 분열은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우리 사회에 화(火)가 너무 많다”며 “지금 보면 우리는 모두가 진심(嗔心·성내는 마음) 덩어리라, 상대를 잡아먹으려 하고 적(敵) 중의 적으로 생각한다”며 “타협하고 경청하는 인성 교육과 인욕(忍辱·욕된 것을 참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심판도 법대로 한다고 하는데 법조차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끌어들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법대로 한다면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데, 이쪽도 법대로 한다고 하고, 저쪽도 법대로 한다고 하면서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이쪽 법과 저쪽 법이 다른 건지. 그래도 법대로 할 수밖에 없지요.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가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염원할 따름입니다.”
12일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에서 스님을 직접 만났고, 14일 국회 탄핵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인 15일 오전 다시 전화로 말씀을 들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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