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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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오전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돌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으로 포문을 돌렸다. 탄핵 찬반 입장만 다를 뿐 ‘비상계엄은 잘못이지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친윤석열계 주장과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친윤계 압박에 쫓겨나는 처지가 된 상황에서도 ‘민주당 원인 제공’ ‘이재명 범죄자’ 프레임을 강조한 것은,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한 전 대표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정권을 내주려는 배신자’ 프레임을 희석하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반감을 가지는 보수층 및 일부 중도층을 겨냥한 맞춤 발언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전 대표는 국회 밖에서 “한동훈”을 연호하는 ‘위드후니’ 등 지지자들에게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했다.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다음 정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내놓기 어려운 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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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올해 4·10 총선 참패 직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며 “어떻게 해야 국민 사랑을 되찾을지 고민하겠다. 국민만 바라보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고 했고, 두 달여 뒤 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출마를 전격 선언한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여전히 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군 중에서 지지율 수위를 지키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3∼5일) 한국갤럽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했다. 이재명 29%, 한동훈 11%, 조국 4%, 오세훈·홍준표·김동연 각 3%, 이준석·안철수 각 1%씩이었다. 국민의힘만 떼어 보면 한 전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안철수 의원을 앞서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갤럽이 매달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한 전 대표 선호도는 7·23 전당대회 직후 19%를 찍은 뒤 15%→14%→11%로 내리막 추세를 보인다.
한 전 대표의 보수진영 내 흔들리는 입지는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신뢰도 조사(표본오차 :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확인된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4명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물었는데, 한 전 대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가장 낮은 15%(‘신뢰하지 않는다’ 77%)로 나타났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우원식 56%(‘신뢰하지 않는다’ 26%), 이재명 41%(51%), 한덕수 21%(68%) 순이었다.
한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 때는 물론 당 대표가 된 뒤에도 ‘이재명 범죄자’ 프레임을 계속 덧씌워 왔다. 그런데도 오히려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인 이 대표보다 26%포인트나 낮게 나타난 것이다.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및 대통령 탄핵 찬반 등에서 보여온 오락가락 행보로, 한 전 대표가 강조했던 중도·수도권·청년(중수청) 외연 확장에 실패한 결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3%(‘신뢰하지 않는다’ 46%), 보수층은 34%(58%)였다. 이는 한덕수 총리(61%, 43%)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한국갤럽은 “국민의힘 지지층은 여당 대표보다 국무총리를 더 신뢰한다”는 뼈 아픈 분석을 달았다.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한 전 대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6%(‘신뢰하지 않는다’ 62%)에 그쳤다.
다만 한 전 대표가 14일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며 합리적 보수층에서 일정 부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한동훈계가 와해하며 친윤석열 단일 계파가 장악한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당내 최대 논란이었던 ‘당원게시판’ 의혹을 재점화할 수 있다. 한 전 대표가 틀어막고 있던 윤석열·김건희 비방글 작성자를 확인한 뒤, 이를 빌미로 당원권 정지 등의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지 않은 것을 두고 징계 조처를 밟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헌은 당원에게 ‘결정된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와 함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당원은 당규에 따라 징계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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