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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정당의 ‘책임’ 느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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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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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찬성 204표로 가결되며 한국 정치사에 또 한 번 중요한 이정표를 남겼다. 마치 폭풍우 속의 배처럼, 국민의힘은 이를 둘러싼 대응 과정에서 한동안 일관성 없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다. 탄핵 소추안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힘의 우유부단함은 정당 내 정치적 이해관계, 현실 정치적 압박,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가 뒤엉킨 결과로, 마치 복잡한 미로를 헤매는 듯했다.



탄핵 소추안 가결과 상관없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여론의 향방에 지나치게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탄핵 소추안 찬성을 명시적으로 지지하면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위험이 컸지만,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 중도층과 무당층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이 선출한 정부에 권력을 부여하는 체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의 행사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고 필요 시 이를 과감히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포함한다. 탄핵은 이러한 견제 장치의 핵심 요소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심판이라기보다 정부 운영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민주적 책임을 엄중히 묻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태도는 책임 정치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보인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하지만, 이번 탄핵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목을 잡혀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의 가결은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여러 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책임 정치의 원칙과 국민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탄핵 제도는 단순히 정권 심판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민주주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이번 표결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은 한국 민주주의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이번 탄핵 소추안 표결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쇄신을 넘어, 실질적인 정책 대안과 국민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은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원칙이 실제로 작동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대응 과정은 한국 정치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내부 균열과 정치적 계산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민주주의의 성공은 단순히 법적 절차의 준수에 있지 않다. 그것은 국민의 깊은 신뢰를 받는 정치적 책임과, 이를 실천하려는 정치적 용기에서 비롯된다.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국민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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