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배웅을 나온 권성동 원내대표가 포옹을 하려 하자 거절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뒤 친윤석열계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사퇴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이틀 만이다. 한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는 별개로, ‘내란’이라는 초유의 위헌·불법적 사태에도 “우리 모두가 탄핵의 부역자라는 자성을 해야 할 판”(윤상현 의원)이란 당 주류의 반동적 목소리가 현실화한 것이다. ‘내란 동조당’이란 지적과 함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권력 다툼으로 보수 궤멸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밀어붙인 친윤석열계는 물론, 그에 동조해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85명 추정)를 모두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첫번째 탄핵안 표결에 대거 불참해 폐기시키고, 두번째 탄핵안에 반대 당론을 유지한 데 이어 찬성한 의원 12명의 색출 시도까지 벌이자,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그렇게 중한 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끝까지 감싸는데, 우리가 조폭이냐. (탄핵에 찬성했다고) 배신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 행위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인데도 국민의힘은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여전히 여당”이라며 몰염치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한동훈 축출’에 성공한 뒤 연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관의 ‘임명 지연 전략’을 쓰자고 제안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위원장이 우리 당 몫이니, 민주당이 추천한 재판관 2명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면서 정치공세를 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현재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마은혁 후보자를, 국민의힘은 조한창 후보자를 추천했다. 민주당은 오는 23~24일 인사청문회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응하지 않고 있는데 청문회를 열더라도 최대한 이를 지연시키자는 것이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이날 “우리는 집권 여당으로서 흔들림 없이 국정을 위해 당정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회와 정부의 ‘국정 안정 협의체’를 거부하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자신, 야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민생안보연석회의’를 하자고 역제안할 예정이다. ‘여당 프리미엄’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정국 주도권 다툼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192석 야당을 상대로 이런 태도를 고수한다면, 권 권한대행이 조만간 임명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도 출구 없는 소모전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보수는 궤멸”이라며 “보수정당의 가치는 법과 질서인데, 이를 스스로 저버렸다. 국민은 관심에도 없는 국민의힘이 지키려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