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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이슈 애니메이션 월드

피가 튀고 망자는 떠돈다… 연말 OTT 찾아온 ‘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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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족 영화 대신 자리 잡은 스릴러·미스터리

조선일보

‘조명가게’에서 선해(배우 김민하)를 뒤에서 잡고 있는 망자 혜원(김선화). 극 중 망자들은 저승 문턱에 온 사랑하는 사람을 이승으로 돌려 보내려 저마다 노력한다.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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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OTT와 극장가 온도가 확연히 갈렸다. ‘1승’ ‘소방관’ ‘모아나2′ ‘위키드’ 등 훈훈한 가족 영화들이 걸린 영화관과 달리, OTT 국내 작품 중에는 피가 튀고 귀신이 돌아다니는 ‘험한 것’들이 줄줄이 나왔다. OTT 해외 작품 중에 크리스마스 시즌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용 애니메이션·SF 드라마 등이 나온 것과 비교해봐도 국내 작품이 센 편이다.

자극적이고 험할지언정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과거 어느 연말보다 집중돼 볼거리는 많은 편이다. 화제작인 ‘오징어 게임2′(넷플릭스)가 26일 공개를 앞둔 가운데 ‘조명가게’(디즈니+) ‘가족계획’(쿠팡플레이) ‘트렁크’(넷플릭스) 등 그 밖의 주력작들이 일찌감치 공개돼 12월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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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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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공포·미스터리 경쟁 치열

연말 밤을 으스스하게 만들고 있는 건 현재 8부작 중 6부까지 공개된 ‘조명가게’다. 춥고 캄캄한 골목 끝 조명가게에서 노란빛이 새어나온다. 산 사람, 죽은 사람,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사람이 섞여 있는 기괴한 곳. 희망은 각자가 쥔 사랑 한 줌이다. 강풀 작가 웹툰을 바탕으로, 배우 김희원이 연출을 맡았다. ‘공포’와 ‘휴먼 드라마’가 봉제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결합됐다. 조명가게 주변을 떠도는 의문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섬뜩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이후 이들이 엮여 있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초반부 공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소망하는 인간적인 마음에서 비롯됐음이 드러나지만, 그래도 심약자의 밤잠을 설치게 할 만큼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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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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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가 공포물에 휴먼 드라마가 합해진 것처럼, 다른 작품들도 긴장감 높은 공포·스릴러·미스터리 장르를 기본으로 가족애·멜로·인류애 등 인간적인 코드가 결합됐다. 시청자의 몰입이 끊어지면 시청 중단으로 이어지는 OTT에서 이런 장르물 결합은 필수 불가결해지는 추세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김규태 감독이 만든 ‘트렁크’도 멜로는 멜로인데 살해된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기간제 결혼을 한 남녀의 멜로에 미스터리를 섞었다. 미스터리가 탄탄하지는 않다는 평도 있지만 세기말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을 얹는 효과를 냈다. 결혼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외로움에 파묻혀 본 뒤에야 진짜 시작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동화보단 현실 고민 담은 작품들

연말 OTT 작품에서 동화 같은 잔잔한 이야기는 거의 전멸했지만, 그렇다고 영화관에 비해 감동이나 울림이 덜한 것은 아니다. 극장과 달리 개인 공간에서 오랜 시간 이용하는 OTT에선 동화 같은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사유 거리를 주는 작품들이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호평을 받은 역대 OTT 작품 중에도 인간 소외, 공동체, 인류애, 정의 등 현실에도 적용되는 주제와 고민을 파고든 작품이 많았다. 기억 조작을 통한 사적 복수를 다룬 드라마 ‘가족계획’은 살을 도려내고 피가 튀지만, 마냥 잔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실 문제를 정확히 가리킨다. 인간을 유린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공분을 꼭꼭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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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의 성기훈(배우 이정재). 시즌 1에서 우승했던 그는 게임을 멈추기 위해 다시 한 번 게임에 참여한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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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역시 현실을 닮은 엄혹한 이야기 속에서, 사회가 좀 더 인간적이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 잊고 있던 마음 속 작은 불빛을 켜준 드라마다. 두 번째 시즌은 ‘지면 목숨을 잃는 게임’이란 소재를 한 번 더 이용해 경쟁 과열 사회에서 인간성과 윤리가 작동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힌트는 ‘인류애’다. 황동혁 감독은 최근 제작 발표회에서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반향이 있었던 것은 재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 사회와의 접점을 통해 더 생각해볼 이야기를 남겨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즌 2도 현실 세계와 무척 닮았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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