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밈, 표현의 자유 제한하는 비상계엄에 대한 20·30대의 저항 수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고 당혹스러워하는 밈이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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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소재로 한 다양한 밈이 공유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중 북한의 반응을 빗댄 밈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한 예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뇌하는 표정을 짓는 사진 아래 "???: 뭐지,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라는 문구가 담긴 밈이 있다. 이는 전시나 국가 비상사태에 한해 선포돼야 할 계엄이 갑작스레 한국에서 발효된 상황을 북한도 당혹스러워할 것이라는 풍자를 담고 있다.
또 다른 밈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전하는 한국 뉴스 화면에, 딸 주애를 안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이는 내란 수괴 혐의로 탄핵소추를 받은 윤 대통령의 상황을 북한조차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풍자도 등장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아래에는 “사랑 때문에 'OO'까지 해봤다”라는 질문에 “계엄”이라는 답변이 적힌 밈이 공유됐다. 이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해석에 기반한 풍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빗댄 밈도 확산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나란히 선 박 전 대통령이 웃으며 어딘가를 가리키는 사진에는 "저기가 서울구치소예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일을 떠올리게 하며, 윤 대통령의 미래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 세대는 밈을 단순한 웃음거리를 넘어 해학적인 분노 표출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신이 수감됐던 서울구치소를 알려주는 밈이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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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풍자 밈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상계엄에 대한 청년 세대의 저항 수단으로 해석했다. 국민대 최항섭 교수는 “밈은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경쾌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풀어내는 청년 세대의 독창적인 사회 참여 방식”이라며, “계엄령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밈은 자유를 추구하려는 상징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는 “밈은 청년 세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라며 “이번 사건의 규모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밈이 빠르게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밈 유통과 공유가 용이해졌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화와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웃음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사회적 참여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풍자 밈은 윤 대통령 임기 동안 후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 의의를 평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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