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7 (화)

탄핵 가결에 한숨 돌렸지만…면세점, 바닥 안 보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세 불안 해소…외국인 발길 재개 기대
여전한 고환율…면세품 매입·판매 부담↑
중국 면세 산업 강화…관광객 이탈 예상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탄핵 리스크에서 한숨을 돌린 면세점업계가 아직 해소되지 못한 업황 불확실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 심리 위축과 고환율 기조에 내국인 수요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여기에 중국 시내 면세점 확대 정책에 따라 남아있던 중국 관광객들의 이탈 가능성마저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최악은 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면세점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 잇달았다. 외국인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탄핵안 부결과 재상정이 반복되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사태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예상했다. 잠깐이었지만 불안한 탄핵 정국에 방한 관광객 조기 출국은 물론 한국 여행 계획을 미루는 외국인들의 사례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우려됐던 인바운드 시장 위축 전망은 지난 주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2주 만에 사그라들었다.

비즈워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신라와 신세계 등 일부 면세점업체는 그간 불황을 심화시켰던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도 잠시나마 덜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제2여객터미널 확장 구역에 입점한 면세점에 '여객당'이 아닌 '영업요율' 방식으로 임대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다.

이 같은 조치는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이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옮겨가는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으면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면세점은 이미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90만명, 매출은 8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이용객은 32.4% 증가한 반면 매출은 22.4% 감소했다.

단순 계산했을 때 이 기간 외국인 객단가는 161만원에서 94만원으로 41.6% 줄었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객단가가 높은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주된 소비층이 변화해서다.

산 넘어 산

발목을 잡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물가 기조 속 국내 정세 불안에 따라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는 데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면세품은 달러를 기준으로 판매되다 보니 환율이 강세일 때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내국인들이 면세라는 혜택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강달러는 비단 내국인 수요 급감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면세점업계는 고환율일 때 내국인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자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면세점업계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이 면세점 경쟁력을 강화하며 내수 활성화에 나서는 것도 향후 중국 개별 관광객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18년 하이난 지역을 면세 특구로 지정한 데 이어 2020년에는 내국인 1인당 면세 한도를 연간 3만위안(약 592만원)에서 10만위안(약 1973만원)으로 3배 이상 올렸다. 올해는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을 고려해 자국민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고자 시내 면세점을 대거 신설하며 국산 제품의 우선 판매를 강조하기도 했다.

비즈워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국내 면세점업계는 긴 터널에 갇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면세점은 이미 중국인 비중이 줄곧 축소되는 추세다. 국내 면세업계 맏형인 롯데면세점만 보더라도 중국인 매출 비중은 2020년 98.7%에서 2021년 97.3%, 2022년 90%, 지난해 82.0%, 올해 3분기 79.5%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업계는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에만 의존해 몸집을 불리는 영업을 해 오다가 '차이나 머니'가 막히자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불안정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사업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층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환율 메리트가 있는 미주나 유럽권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 강화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순 있지만 관광객 비중이 낮아 외국인 유치에 대한 해답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