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모양의 박테리오파지 군집. 맥마스터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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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가 과학 분야에서 주목받은 올해 최고의 과학 사진을 선정해 발표했다.
과학연구 현장에서부터 자연재해, 생태,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촬영된 사진들 중에서 편집진이 엄선한 것들이다.
우선 과학연구 현장에선 4개의 사진이 뽑혔다. 우선 꽃 모양을 이루고 있는 박테리오파지 군집 사진(위)이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박테리오파지를 배양해 증식시킨 뒤 고압 처리로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탈수시키자 박테리오파지들이 꽃 모양의 3차원 군집을 형성했다. 파지를 형광처리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진이다. 사진에 나타난 박테리오파지 군집의 크기는 0.2mm다.
결장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 Natalia Pardo Lorente/Centro de Regulación Genómi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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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다능성 결장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 사진도 눈길을 끈다. 오가노이드란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비슷함’을 뜻하는 ‘oid’가 합쳐진 단어로, 인공적으로 만든 일종의 미니 장기다.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하는 데 주로 쓰인다.
사진에서 빨간색은 대사 효소인 MTHFD2다. 과학자들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과 뉴클레오티드 합성에 관여하는 이 대사 효소가 핵에서도 작동한다는 걸 발견했다.
신장 조직 이식 수술을 받은 생쥐의 태아. K. Morimoto et al./bioRxi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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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자들은 올해 생쥐를 대상으로 사상 최초로 성체가 아닌 태아 조직 이식수술을 시행했다. 신장 조직을 이식받은 생쥐 태아의 사진도 올해 최고의 과학사진 가운데 하나로 뽑혔다. 과학자들의 목표는 신장이 없는 사람 태아에게 돼지 태아의 신장을 이식하는 것이다.
사람 피부세포로 만든 얼굴. REUTERS/Kim Kyung-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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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과학자들이 인간 피부조직으로 만든 기괴한 얼굴 모형도 있다. 피부세포를 배양해 얼굴 모양으로 만든 뒤 인대와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를 결합해 웃는 모습으로 바꿨다. 사람 피부를 입힌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로봇을 만드는 과정의 일환이다.
지구 생태계에서 펼쳐지는 삶의 현장
권투장갑 낀 야자바구미. Sherif Abdallah Ahmed/Nikon Small Wor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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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사진의 또 다른 축은 지구 생명체 군상의 다양한 모습이다.
붉은 야자바구미는 마치 장갑을 낀 권투 선수를 연상시킨다. 올해 니콘스몰월드 가작으로 뽑힌 사진으로 4배율로 확대해 촬영했다.
나무에 붙은 제왕나비 무리들. Jaime Rojo/BigPicture Compet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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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백만마리의 제왕나비는 나무를 뒤덮은 이끼처럼 보인다.
제왕나비는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나비 종 가운데 하나로, 8개월 동안 약 5세대를 거치며 캐나다에서 멕시코에 걸쳐 있는 북미 지역을 4천km 이상 이동한다. 이 사진은 나비들이 긴 여행 끝에 멕시코 서부 미초아칸주의 제왕나비 생물권보전지역에 도착한 뒤, 나무에 달라붙어 지친 몸을 쉬면서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오렌지색의 이 나비에 제왕나비란 이름이 붙은 건 오렌지공으로 불린 17세기 영국 왕 윌리엄 3세를 기리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북이 등에 탄 갈매기. Enric Gener/Ocean Photographer of the Year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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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등에 올라탄 갈매기를 찍은 사진 ‘합승'은 오랫동안 바다를 헤매다 포착한 장면이다. 2024년 올해의 해양사진 공모전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사진작가가 지중해에서 몇시간 동안 해양생물을 물색하던 중 순간포착했다고 한다.
새끼 펭귄의 첫 먹이사냥. National Geographic/Bertie Greg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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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 새끼들의 첫 모험도 최고의 과학사진으로 뽑혔다. 생애 처음으로 먹이 사냥을 위해 15m 높이의 남극 빙붕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2024년 1월 드론으로 촬영했다.
거석 문명 위에 떨어지는 유성우
스톤헨지에 쏟아지는 페르세우스 유성우. Josh Drury/Na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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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진에서 놀라운 장관을 연출하는 우주 사진이 빠질 수 없다.
영국 솔즈베리 인근에 있는 신석기 시대의 거석 건축물 스톤헨지에서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우주와 지구 문명을 절묘하게 연결해준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지구가 매년 8월 스위프트-터틀 혜성이 남긴 파편 지역을 통과할 때, 입자들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유성우는 유성들이 마치 한 점에서 퍼져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복사점이라고 하는데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복사점이 페르세우스 자리에 있다. 3시간30분에 걸쳐 촬영했으며 유성, 스톤헨지, 은하수 사진 43장을 조합해 완성했다.
“난 이게 좋아” 편집자들의 선택
그린란드 바다의 고래 무덤. Alex Dawson/UPY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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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는 이밖에 편집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뽑은 몇장의 인상적인 사진도 소개했다.
첫째는 올해의 수중사진 공모전 대상작으로 뽑힌 그린란드의 고래무덤 사진이다.
필사의 수영. Buddhilini de Soyza/BigPicture compet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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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갑작스런 폭우로 수위가 불어난 강을 건너려다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는 치타다. 케냐의 마사이마라국립보호구역에서 찍은 사진으로 빅픽처자연사진공모전 결선에 올랐다.
절벽 타는 족제비. Larry Taylor/big picture competition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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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바위 사이를 기어오르는 아메리칸족제비 사진이다.
미국 몬태나주의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포착한 장면으로, 빅픽처자연사진 공모전 결선 진출작이다. 작가는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족제비가 절벽의 갈라진 틈을 오르는 장면을 잡아낼 수 있었다. 이 족제비는 더 높은 곳에 있는 숲쥐를 사냥하기 위해 절벽을 빠르게 기어 올라갔지만 막판에 주르르 미끄러졌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목성의 소용돌이. 미 항공우주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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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주노 탐사선이 찍은 목성 표면의 소용돌이다.
주노가 5월12일 목성을 61번째로 근접 비행하는 동안 찍은 목성의 북반구다. 구름과 폭풍이 어우러져 복잡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촬영 당시 주노는 목성 구름 위 2만9000km 상공, 적도에서 북쪽으로 약 68도 위도 위치에 있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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