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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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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고추…' ‘퉁소소리’ ‘장녀들’…올해의 ‘베스트3’ 연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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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발표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은경)는 2024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를 선정, 17일 발표했다.

수상작은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서동민 작, 강훈구 연출)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조위한 ‘최적전’ 원작, 고선웅 각색·연출)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시노다 세츠코 원작, 서지혜 각색·연출) 등 세 작품이다.

협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년간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 작품 중, 한국연극에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했다.

◇유쾌한 배반의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조선일보

재기발랄한 리듬감으로 지금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는 독창적 연극을 만들어온 극단 공놀이클럽의 강훈구 연출작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재개발과 가족내 권력에 집착하는 할머니, 아들이 삶의 희망인 홀어머니, 몰래 립스틱을 바르는 서울대생 오빠와 그 가족 안에 부대끼고 성장해가는 재수생 여동생을 역할을 바꿔 가며 연기하는 4명의 배우를 통해, 관객은 자신과 타인의 굴레와 욕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진가 이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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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곤 평론가는 선정 이유를 통해 극단 공놀이클럽의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을 “유쾌한 배반의 연극”이라고 했다. 이 연극 속 인물들은 순차적으로 의상을 맞바꿔 입는 방식으로 하나의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옮겨 간다. ‘말린 고추’나 ‘복숭아향 립스틱’처럼 가치관과 취향이 완전히 다른 4명의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옷을 바꿔 입는 행위를 통해 모든 캐릭터들을 한번씩 ‘경험’한다. 이 평론가는 “전통적인 가족 서사와 퀴어 서사가 나란히 등장하지만 휴먼 드라마적 감동이나 도발, 운동성에 기대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굳이 이 둘을 뒤섞거나 융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뜻밖의 연극성을 성취해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섣불리 화해를 시도하거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 연극의 미덕”이라고 했다. “해야만 할 것 같은 것들을 하지 않고,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함으로써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은 유의미한 연극적 ‘배반’이라는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는 것이다.

◇흠결없는 연출적 미쟝센의 정점 ‘퉁소소리’

조선일보

조선시대 고소설 '최척전'을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각색, 연출한 연극 '퉁소소리'.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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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라 평론가는 서울시극단의 ‘퉁소소리’에 대해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고선웅 연극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분방하여 거칠게 보이지만 흠결 없는 연출적 미장센이 정점에 이른 무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현판의 글자. 배우의 의상, 라이브 국악 연주. 묵자들의 등퇴장 타임과 속도, 세트 전환의 타임, 조명과 음악의 인아웃. 과장과 반복의 액션, 생략과 비약을 통한 연극성의 구현 등등, 모든 공연의 요소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리듬감 있고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적”이라는 것이다. 백 평론가는 “그럼에도 어느 한 부분 힘주어 꾸미지 않고 장난스러운 놀이를 하듯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장면을 풀어나가는 것은 고선웅의 연출이 일정한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며 “공연이 끝나고도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라는 대사가 깊은 울림을 준다. 연극을 통해, 삶에 지친 관객들에게 견뎌내자고 힘을 내자고 위로해주는 듯하다”고 했다.

◇소설적 서사 집요하게 탐구하는 근성 ‘장녀들’

조선일보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연극 '장녀들'. ⓒ보통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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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장녀들’은 일본 작가 시노다 세츠코의 소설을 서지혜 연출이 각색해 무대화한 작품. 김건표 평론가는 “방대한 소설의 서사가 무대화되는 모범적인 무대”라고 평했다. “1·3부에서 중증 질환을 앓는 부모를 부양하는 장녀의 삶을 무대로 배치한 공간의 시각성이 두드러졌다면, 특히 재공연에서 2부 ‘미션’을 확장해 불교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담론을 연출적으로 확장한 무대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특히 서지혜 연출은 소설적 서사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근성을 보여줬다”며 “1-3부까지 균열 없는 템포감과 배우들의 앙상블을 응집해 무대화한 연출의 연극적인 미학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2부를 통해 작가의 사회적 담론이 시각적으로 명확해졌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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