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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하루하루가 기적 같다”…급성백혈병 이겨내고 무대로 돌아간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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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선화예고 입학 후, 백혈병 진단을 받긴 전 세연이. 사진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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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세연이는 지난해 5월, 꿈에 그리던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해 무용 실기수업을 받던 중 갑자기 평소와 다른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단순히 열심히 연습한 탓이라고 넘겼지만, 얼마 뒤 받게 된 학교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가 높게 나왔다. 급히 찾은 서울성모병원 검사 결과, 급성림프모구백혈병, 그것도 최고 위험군에 해당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백혈병 진단에 온가족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좌절했지만, 꼭 다시 무대에 오르겠다는 의지로 병을 이겨내고 어느 환자보다 빠르게 학교생활로 돌아가게 됐다.

17일 서울성모병원은 급성백혈병으로 세포이식까지 받아야 했던 한국무용 전공 여고생이 투병을 무사히 마치고 학교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세연이가 진단받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인 백혈구 중 림프구계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변해 발생하는 암이다. 정상 혈구가 줄면서 빈혈과 피로감이 나타나고, 멍이 쉽게 들거나 출혈, 심한 경우 구토, 뇌신경 마비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 항암치료로 완치가 되지만 세연이처럼 백혈구 수가 수십만에 달하는 최고 위험군 환자는 혈액 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 이식도 필요하다.

세연이는 백혈병 증상 중 하나인 점상출혈까지 나타난 상태였지만, 무용복을 입고 연습하느라 피부가 붉게 올라왔다고만 생각했었다. 가족 모두 건강했기에 더욱 상상도 못했던 백혈병이었다. 결국 치료를 위해 입학한지 얼마 안된 고등학교를 휴학할 수밖에 없었고,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해 입원하느라 기대했던 예술제 무대에도 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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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세연이가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모습. 사진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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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연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와, 가족·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치료과정을 버텨냈다. 조혈모세포이식 후 최소 6개월은 학교생활이 어렵지만, 계속 배우고 싶다는 의지로 올해 초 세포이식 후 면역억제요법 중 다시 학교로 돌아가 1학년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올해는 학교 예술제 무대에도 섰고, 개교 50주년 공연까지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3일 골수검사에서 이식 13개월만에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백혈병 치료과정에서 이렇게 학교에 빨리 복귀한 아이는 처음”이라는 의료진들의 놀라운 시선 속에 세연이는 벌써 2학년 진급 전 발표회 무대 준비에 돌입했다.

백혈병 진단부터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1년 넘는 시간 동안 마음을 졸인 세연이의 엄마는 아팠던 딸이 건강을 되찾아 공연까지 하게 된 요즘의 하루하루가 “마치 기적과 같다”고 말한다. 세연이는 “치료받는 동안 매일 좌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면서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걸 믿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같은 병을 앓는 환아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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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화예고 50주년 기념 예술제 무대 공연에 선 세연이(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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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이의 치료과정을 지켜본 혈액병원 윤희성 전문간호사는 “세연이가 치료를 받고 학교로 돌아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보람이자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주치의인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급성백혈병은 많은 경우 치료가 가능해져 ‘불치병’은 아니지만, 힘든 치료과정에서 좌절하고 학교에 복귀할 때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며 “세연이의 의지와 가족의 따뜻한 지원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 후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텐데, 이를 극복하고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세연이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백혈병을 치료하는 많은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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