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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아미니 의문사 2년 만에…이란, ‘히잡 의무법’ 시행 직전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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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쇼핑을 마친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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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불렀던 마흐사 아미니 의문사 사건 이후 2년여만에 이란 정부가 히잡 착용 강제를 강화하는 새 법안을 시행하려다가 직전에 보류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는 오는 20일 발효 예정이던 히잡 의무 착용 법안의 시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이란 인터내셔널이 14일 전했다. 이 법안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끌려간 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살) 사망 1주기 직후였던 2023년 9월 이란 의회를 통과했던 법이다. ‘히잡과 순결 법’이라는 이름의 이법은 히잡 착용 규정 등을 어기는 사람에게 최대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범일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고, 기업에도 규정 위반자를 신고할 의무를 부여하는 등 감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행을 앞두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그는 지난 3일 이란 국영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을 시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법 집행에 대한 의문이 너무 많아 그것을 시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를 시행하면 이란 사회에 광범위한 불만이 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선 후보 중 유일한 온건 개혁파로 꼽혔던 그는 지난 7월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인권 단체들도 새 법안 시행을 반대해왔다. 13일 이란인권센터(CHRI)는 성명을 내 “잔혹한 처벌,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의무적 준수, 정보원을 통한 정보 수집 등은 이란 여성에 대한 통제를 재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필사적이고 위험한 조처의 전모”라고 지적했다. 국제엠네스티도 법안이 시행되면 억압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여성과 가족 문제를 담당했던 마수메 에브테카르도 전 부통령도 새 법이 시행되면 이란 인구 절반이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비시(BBC)는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새 법 시행을 강행한다면 아미니 의문사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번졌던 반정부 시위가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란 사법부는 12일 이란 가수 파라스투 아마디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아마디를 일시 구금했다. 2022년 히잡 반대 시위에 참여한 적 있는 아마디가 자신의 공연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조회 수가 하루 만에 65만회를 넘기는 등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결국 이란 정부는 만 하루 만에 아마디를 석방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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