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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구독, 물류, AI스피커, 커머스...통신사들이 10년 넘게 외치는 '탈통신'을 위해 통신사들이 진출했던 사업들입니다. 이 가운데 지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서비스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명단에 '메타버스'가 추가됐습니다. 통신사들이 몇년전부터 신성장동력이라며 투자했던 '메타버스' 서비스를 속속 중단하고 있습니다.
통신 수익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는 어림잡아 10년 전부터 통신사 CEO들이 줄기차게 해왔던 얘기입니다. '탈통신'이나 '비통신'이라는 핵심 키워드는 10년 전 기사 제목에 많이 보던 단어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얘기도 결국 '탈통신'과 궤를 같이 합니다.
그 사이 무수히 많은 경영자들이 통신사를 거쳐갔습니다. 하성민-장동현-박정호-유영상(SK텔레콤), 이석채-황창규-구현모-김영섭(KT), 이상철-권영수-하현회-황현식-홍범식(LG유플러스) 등 수많은 CEO들이 '탈통신'을 외치고도 '탈통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탈통신'이 정말 가능한가?' 라는 의문을 가질만도 합니다. 저 수많은 신사업에 수백억, 수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졌을 것입니다. 그 투자 재원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10년째 정체되고 있다는 통신 수익이 투자 재원이라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성공한 '탈통신' 사업은 없는데, 통신3사 영업이익은 매년 고공행진입니다. 정말 통신 수익이 정체된 것은 맞나요?
그 사이 통신 네트워크도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3G에서 LTE로, 그리고 5G까지...대한민국 IT산업은 이같은 막강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아현국사 화재 사건은 전국민들에게 통신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국민을 당황하게 했던 45년만의 계엄이 선포됐을때도 전국민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과 24시간 생중계가 가능한 막강한 통신 인프라가 계엄군을 막아섰습니다. 통신의 중요성은 두번 말해도 입이 아픕니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투자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LTE와 5G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는 이용자들이 대다수입니다. 3G는 'SNS', LTE는 '영상'이라는 확실한 킬러 서비스가 있었지만 5G의 킬러 서비스는 무엇인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죠.
'LTE보다 20배 빠른 5G'라며 정부가 앞장 서 홍보했던 28㎓ 대역 5G 서비스는 시작도 못해봤습니다.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할당받은 통신사들은 전파 특성상 기지국을 너무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며 이 대역 서비스를 포기했습니다. '탈통신'에 쏟아부었던 돈의 일부라도 이 대역 활용을 위해 투자해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머리를 스칩니다.
지난해 2월 방문했던 전세계 통신사들의 신기술 경연장인 MWC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앞세운 5G어드밴스드나 기지국 센서를 활용한 6G 기술, 위성을 활용한 통신 등 신기술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통신사들의 전시 주제는 통신보다는 AI나 메타버스와 같은 같은 탈통신에 집중돼 있어 아쉬웠습니다.
내년을 위한 조직 정비를 마친 통신사들은 입을 모아 'AI'를 외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AI 열풍이 불고 있으니 AI를 등한시 할 수 없을테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사실상 그룹 내 AI 도입을 위한 첨병 역할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KT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고 AI전환에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이 역시 반드시 가야할 길이죠.
이와 함께 '본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도 신경써주길 바랍니다. 과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분쟁이 벌어졌을 당시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문제로 우리나라에 글로벌 1계위 망 사업자가 없다고 지적하는 것을 취재하며 놀랐습니다. '통신강국 코리아'에 1계위 사업자가 없다는 것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자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투자해야 할 분야는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업에서도 가야할 길이 멉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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