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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국내 오피스 매물 쏟아진다 투자자들 군침 흘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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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전세계 투자 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렸다. 자산 가치가 하락했고 각국의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았다. 새 업무권역을 만들려던 도시 개발 계획들도 ‘올스톱’됐다.

해외 상업용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던 큰손 투자자들은 곡소리를 낸다.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미국 달러화 기준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8%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공모펀드는 새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결국 지난 6월 대출 유보계약이 만료됐다고 밝혔다. 우량 자산으로 여겼던 이 빌딩이 실질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이다. 수익률은 -80%, 5분의 1토막이 났다. 하지만 국내 오피스 시장은 다르다. 프라임급 오피스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매매가도 계속 상승 중이다. 말 그대로 ‘활황’이다.

해외에 비해 재택근무에서 대면근무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많아 오피스 공실률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공실률이 낮으면 그만큼 임차인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어 자산 평가가치가 높게 책정된다.

낮아진 공실률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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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CBRE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A급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평균 2.7%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서울 업무 핵심권역으로 꼽히는 도심권역(CBD),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은 각각 2.2%, 1.8%, 4.8%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통상 자연공실률(5%)보다 낮으면 투자자 관점에서 우량한 오피스로 꼽힌다. 세 권역 중 YBD가 가장 공실률이 높았지만 이 또한 자연공실률을 밑돈다.

YBD의 경우 원센티널 빌딩을 쓰던 신한투자증권이 새로 완공된 여의도역 인근 TP타워로 이전하면서 공실률이 전분기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KB국민카드와 임대차 계약을 논의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쯤 공실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공급도 당분간 없는 상황이다. CBD의 공평 15, 16지구 오피스가 내후년 준공되기 전까지 프라임급 오피스 신규 공급은 없어 낮은 공실률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공급도 당분간 없는 상황이다. CBD의 공평 15, 16지구 오피스가 내후년 준공되기 전까지 프라임급 오피스 신규 공급은 없어 낮은 공실률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CBRE코리아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잠재 이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지만 CBD에 한정된 제한적인 공급과 금융 및 성장 산업군을 중심으로 한 임차 활동을 고려하면 3대 권역 모두 당분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자 수익 지표를 뜻하는 캡레이트도 3분기 기준 4%대에 머무르고 있다. 캡레이트는 부동산 투자매입금 대비 순수익을 뜻하며 지난해 3분기부터 현재까지 4% 초반대를 유지하고 하는 중이다.

오피스 거래 늘어
이 같은 상황에서 오피스 거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 오피스 투자시장의 총 거래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배 올랐다. 올해 누적 거래 규모는 7조6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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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본사 사옥인 ‘더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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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본사 사옥인 ‘더에셋’이 1조1042억원에 거래되며 올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가장 큰 거래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74길 14에 소재한 더에셋은 지하 7층~지상 32층 규모의 트로피에셋(대형 우량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강남역과 도보로 연결돼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아이콘 삼성(4408억원), 씨티스퀘어(4281억원), 한샘 상암사옥(3200억원),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2820억원), 삼성화재 판교사옥(1259억원) 등이 거래를 마쳤다. 최근엔 코람코자산운용이 국민연금공단과 손을 잡고 광화문 인근의 오피스인 더 익스체인지 서울 인수를 마무리지었다. 인수 규모는 약 2700억원이다.

국민연금이 3년 만에 부동산 프로젝트 펀드를 시작하는 것인 만큼 부동산 투자업계에선 큰 화제가 됐다. 코람코자산운용은 국민연금, 시행사인 시티코어 등과 함께 이 자산을 운용 후 재개발을 통해 프라임급 오피스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외국계 투자자들도 한국 오피스 시장을 노린다. 중소형 규모의 알짜 오피스를 사들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겠다는 목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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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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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직원연금기금(TIAA) 산하의 부동산 투자운용사인 누빈 리얼에스테이트(Nuveen Real Estate)는 CBD 중심부에 위치한 정동빌딩을 약 3500억원에 인수했다.

정동빌딩엔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 뉴질랜드·노르웨이·네덜란드 대사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교육원 등이 입주해 있다. 인근엔 정동공원이 있어 조용한 주변 환경을 원하는 임차인들이 임차를 희망하는 건물이다.

루이스 카바나 누빈 리얼에스테이트 아시아태평양 총괄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동빌딩의 임차인 구성과 입지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오피스 시장은 문화적 요인으로 인한 대면 근무로의 복귀, 발전된 대중교통망, 도시 고밀화 수혜로 최근 몇년간 크게 성장했다”며 “팬데믹 이후 오피스 수요가 급증해 임대료와 임차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사인 하인즈(Hines)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샘 본사 사옥을 3200억원에 인수했다. 한샘 본사 사옥은 22층 높이에 총 면적 6만6000㎡ 규모다. 한샘은 장기임대 조건으로 해당 건물을 본사로 유지할 계획이다.

주인 찾는 매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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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C 전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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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다수의 국내 오피스 자산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CBD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크레센도빌딩, KDB생명타워, 퍼시픽타워, GBD엔 강남N타워, 엔씨타워1, 삼성동 빌딩, YBD엔 현대차증권빌딩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그중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매물은 단연 SFC다. SFC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200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인수한 건물이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6에 소재한 SFC는 지하 8층~지상 30층, 연면적 11만9646㎡ 규모다. 초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CBD 랜드마크로 불린다. 매각 주관은 CBRE코리아가 맡았는데 올 연말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크레센도빌딩은 딜로이트안진을, 퍼시픽타워는 세빌스코리아를, KDB생명타워는 나이(NAI)코리아-컬리어스코리아를 매각 주관사로 각각 선정해 인수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에 착수했다.

개인 투자자들 리츠에 주목
상업용 오피스 투자시장은 주로 기관 투자자나 실수요 목적의 SI(전략적투자자)들 위주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도 국내 상업용 오피스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투자운용사에서 출시하는 공모펀드에 투자하거나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리츠 주식을 매입하면 된다. 그중 리츠는 주식 유통시장에서 쉽게 거래가 가능하고 퇴직연금에도 담을 수 있어 편리한 부동산 투자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자가 부동산 투자회사 지분에 투자하고, 부동산 투자회사는 부동산 등의 자산에 투자한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상품을 리츠라고 한다.

현재 국내 상장리츠는 24개다. 시가총액 기준 SK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신한알파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삼성FN리츠, KB스타리츠, 이리츠코크렙, 한화리츠 등이 규모가 큰 편이다.

이들이 편입한 자산 포트폴리오는 각 AMC(자산관리회사)의 전략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중 국내 오피스를 담고 있는 리츠는 NH프라임리츠, SK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삼성FN리츠, 신한알파리츠, 코람코더원리츠, 한화리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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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리츠, 삼성FN리츠, 한화리츠는 국내 대기업집단이 최대주주이자 임차인이 되는 ‘스폰서 리츠’로 꼽힌다. 이들 리츠는 공통적으로 그룹 본사 사옥을 담고 있다. SK리츠는 SK서린빌딩, 삼성FN리츠는 대치타워, 한화리츠는 장교동 한화빌딩 등을 대표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다른 리츠들의 경우도 국내 오피스를 고루 담고 있다. 신한알파리츠는 그레이츠판교, 신한L타워, 그레이 츠숭례 등 다양한 권역의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다. 최근엔 CBD의 씨티스퀘어와 GBD의 GS서초타워를 편입하기도 했다. 코람코더원리츠는 단일 자산인 YBD의 하나증권빌딩에 투자한다. 연면적 6만9826㎡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로 1%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안정적인 리츠로 손꼽힌다.

고배당 매력 어필
리츠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꾸준한 배당이 나온다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고배당을 노리고 투자하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삼성증권이 추정한 내년 주요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디앤디플랫폼리츠 9.4%, 이지스밸류리츠 8%,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7%, 코람코더원리츠 6.5%, 롯데리츠 6.3%, 신한알파리츠 6%, SK리츠 5.6%, ESR켄달스퀘어리츠 5.6% 등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리츠의 유상증자 집중,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면서도 “최근의 높은 주가 변동성은 대형 리츠의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이 마무리되고 11월부터는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LS증권은 오피스를 대거 편입하고 있는 신한알파리츠를 리츠 최선호주로 꼽았다. 목표주가도 9000원으로 제시했다. 신한알파리츠의 현 주가는 5000원 후반대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신한알파리츠의 자산가치평가에 따른 주당 NAV(순자산가치)는 9000원이며 전체 자산은 매입시점 대비 감정가가 평균 24% 상승해 우량 오피스 보유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조달금리 하락과 추가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방이 다소 열려 있는 시점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오피스 리츠 역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한 템포 비켜나며 선별적 주가 슈팅이 일어나는 만큼 국내 우량 오피스 리츠 투자에 다시금 관심을 가질 시점”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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