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훕’ 소리 발작성 기침이 특징
영유아 호흡곤란 유발할수도
항생제 치료, 자가격리 필수
임신부·성인도 예방접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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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백일해 환자가 4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환자 대부분이 소아·청소년으로 생후 2개월 미만 영아가 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름처럼 ‘100일 동안 기침한다’는 백일해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지만 ‘웁’ 소리가 섞인 발작성 기침으로 본색을 드러낸다. 백일해를 예방하려면 제때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철저한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같은 개인 위생 관리가 더해지면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에서 신고된 백일해 환자는 누적 4만 3242명으로 지난해 전체 환자인 292명보다 141배 이상 많다. 올해 6~7월 무렵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다가 잠시 주춤했지만 10월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는 10~19세 청소년이 전체의 73.7%인 3만 1855명으로 가장 많고 0~9세 영유아 및 어린이가 16.7%인 7219명으로 뒤를 이었다. 올해의 유행은 극도로 이례적이다. 최근 10년간 환자 추이를 보면 2018년 98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0년 123명, 2021년 21명, 2022년 31명 등으로 발생률이 매우 낮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조치로 인해 호흡기 감염병이 억제되면서 백일해와 같은 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백일해가 먼저 유행한 해외 지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국내로 확산된 측면도 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법이 발전하면서 많은 환자를 찾아낼 수 있게 된 점도 환자 폭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백일해는 백일해균인 보르데텔라균 감염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등이 묻은 물건을 통해서도 간접 전파가 가능하다.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는 1명이 12명에서 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과 발열, 콧물이다. 심할 경우 눈 충혈이나 발작성 기침으로 이어진다. 면역력 없는 영유아의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는 3가지 단계로 증상이 진행된다. 1단계 ‘카타르기’(1~2주)에는 콧물, 재채기, 가벼운 기침이 점점 심해진다.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하지만 전염력이 가장 높은 시기다. 2단계 ‘경해기’(4주 이상)엔 매우 심한 발작성 기침이 하루 평균 15회 이상 나타난다. 밤에 더 흔하게 발생한다. 숨을 들이쉴 때 ‘웁’ 소리가 난다. 소아와 아기는 기침하는 동안 얼굴이 파래지거나 구토하기도 한다. 마지막 회복기(2~3주)에는 발작성 기침이 서서히 줄어든다.
백일해는 말초혈액 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비인두(코 안쪽 공간)에서 얻은 균 배양 검사, PCR을 통해 진단한다. 백일해 진단을 받으면 증상 발생 2주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좋다. 3개월 미만 영아는 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입원 치료가 권장된다. 백일해 치료 중에는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 격리해야 한다. 적정 항생제를 복용한 경우에 복용 후 5일, 치료받지 않은 경우엔 기침이 멈출 때까지 최소 3주 이상 격리한다. 면역력이 없는 상태에서 가족 중 백일해 환자와 접촉하면 70∼100%의 전파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후 예방적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백일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이 가장 중요하다. 당국은 소아는 생후 2·4·6개월 기초접종 후 15~18개월, 4~6세에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으로 접종하고 11~12세에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으로 추가 접종한 후 10년마다 추가 접종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12개월 미만 영유아를 돌보는 가족과 의료 종사자 등 성인도 과거 접종력이 없다면 Tdap 백신 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기초접종 이전인 0세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임신 27~36주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하면 아이가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다.
임신 중 백신 접종은 조산이나 사산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없이 산모와 영아에게 모두 안전하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백일해는 풍토병화돼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성인들도 연속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역학조사와 혈청역학 조사를 통해 백신 접종 일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필히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음식을 준비하거나 아기를 돌보기 전에는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팔꿈치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 백일해나 감기가 유행하는 겨울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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