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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논설위원의 단도직입]“윤석열, 환경 정책도 돌관 공사하듯 밀어붙여…누가 믿고 투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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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경향신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지난 4일 경향신문에서 자원 순환 정책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홍 소장은 내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년을 맞아 현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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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을 공부했다. 쓰레기에 관한 이론과 제도, 정책, 현장에 정통해 ‘쓰레기 박사’로 불린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1년간 활동했고, 2014년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세웠다. 서울환경연합 쓰레기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 단체와 동영상 채널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쓰레기 상식, 쓰레기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연구·강의한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 등을 썼다.


2022년 11월 대통령 윤석열은 “환경부도 환경산업부가 되라”고 했다. 환경부가 규제 부처가 아니라 기업을 돕는 조직이 되라는 주문이었다.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환경 정책 뒤집기’에 나섰던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불과 2년7개월여 만에 거의 모든 영역을 망가뜨렸는데, 환경 정책 역시 후퇴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전국 확대 실시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없던 일로 한 것은 압권이었다.

지난해 9월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를 시행 직전 자율규제 검토 쪽으로 되돌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두 달 뒤인 11월엔 식당·카페 등의 일회용컵 사용 금지 규제가 없던 일이 되고, 플라스틱 빨대나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려던 조처도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제조에 들어갔던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일회용컵에 붙이는 보증금 라벨 제조 업체, 배송업체 등은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반기후’ 정책들도 탄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윤석열이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 4일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을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홍 소장은 “‘일회용품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 중 최악이 아닐까 한다”며 “탄소중립이든 순환경제든 결국은 경제·산업 시스템의 전환인데, 이쪽 스타트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했다. 한국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를 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는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부가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정책이 후퇴하고 일관성도 상실했는데, 다시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홍 소장은 지난 2일 끝난 부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협상회의(INC-5)에 대해 플라스틱 생산·소비국 간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 합의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 감축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보증금제 철회는 최악
환경부 스스로 정체성 훼손 ‘부역’
빌드업도 안 하고 방향도 안 보여

부산 국제플라스틱협약 회의
산유국과 비산유국의 ‘치킨게임’
개최국 한국 중재할 권위가 없어

쓰레기의 국가 간 거래 문제
이동·처리 과정 투명성이 중요
기업의 위장 환경주의 막기 위해
소비자에 ‘선택할 권리’ 보장을

한국, 정책 플랫폼 부재한 상황
환경 로드맵 정부 혼자 못 만들어
공론의 장서 정교하게 다듬어야

경향신문

지구 바구니에 담겨 있는 플라스틱병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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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중소기업청 노릇

- 환경부는 규제 부처의 성격이 짙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선 ‘환경산업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은 산업·자영업자 정책이었어요. 환경부는 이에 앞장섰고,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했습니다. 산업 정책은 산업부가, 자영업자를 챙기는 것은 중소기업청 몫인데 환경부가 그 노릇을 했어요. 그러느라 정책이 후퇴하고 일관성도 상실했는데,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 순환경제와 관련된 산업 전환 등 큰 전환기입니다. 우리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전환이 1~2년 새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빌드업해야 하는데, 우리는 돌관 공사(장비·인원을 집중 투입해 속도를 내는 공사) 스타일이에요. 더 큰 문제는 전환의 방향이 안 보인다는 겁니다.”

- 일례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회를 들 수 있을 텐데요.

“전국에 의무화할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철회가 시장에 매우 안 좋은 신호를 줬다고 생각해요. 일회용컵을 규제한다고 하니까 펀드들이 이쪽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해요. 정부가 법으로(2020년 자원재활용법 개정) 정했으니 되겠거니 한 것이죠. 애초 2022년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됐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야 합의로 법으로 정해놓고도 정부가 마음에 안 들면 안 해버리잖아요. 환경부는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같은 해 제주·세종에서 시범사업을 했다가, 결국 철회했죠. 이러면 한국 정부의 정책에 맞춰서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앞으로도 산업 전환과 관련된 투자가 있어야 될 텐데 한국 시장의 신뢰성이 이렇게 떨어져버리면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을까봐 걱정스러워요. 애꿎은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입었잖아요. 윤석열 정부에서 한 정책 중에서 최악이 아닐까 합니다.”

- 세계 각국이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인데요.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행사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제공해 망신을 샀다고 해요.

“이번 INC-5는 지극히 ‘윤석열스러운’ 행사였단 생각이 들어요. 벡스코 1전시장의 반쪽이 행사장이었거든요. 환경 전문가들이 모이는 행사인데, 행사장 안 카페에 일회용컵이 있으니까 다들 황당해했어요. 행사 기간(11월15일∼12월2일)만이라도 다회용컵을 가져다 놓고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게 했으면 됐거든요. 어차피 폐쇄된 공간이라 보증금도 필요 없고요. 곳곳에 컵 수거대만 설치해놓으면 될 일이었죠. 정부 측에서 뭐라고 하냐면 ‘재사용 컵도 플라스틱이어서 안 썼다’고 하더라고요. 종이컵도 안쪽에 비닐 코팅돼 있는데 말이 안 되죠. 국제플라스틱협약은 플라스틱을 쓰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자는 겁니다. 외교부 해명은 플라스틱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협약을 만들기로 한 INC-5가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목적은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 전 과정에 이르는 조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고요. 그러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데요. 원료 생산 감축에 매몰돼 협상의 탈출구가 오히려 보이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렇다보니 플라스틱 원료 생산과 직접 관련된 산유국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간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어요. 그러면서 만장일치 합의를 해야 된다고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년 협상도 이 구도로 가면 힘들 겁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원료(폴리머) 생산만 줄이면 될 것 같지만 소비 감축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요. 소비는 그대로인데 생산이 줄면 오히려 원료 가격이 확 올라가요.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여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석유파동 사례, 잘 아시잖아요. 내년엔 우회 전략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산유국 붙들고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 ‘너희 이러다 국제적으로 왕따당한다’는 명백한 경고를 줘야 합니다. 생산 감축을 주장하는 국가들은 다 소비 국가들이거든요. 그 나라들이 소비를 줄이자고 해버리면 사용량은 자동으로 줄어요.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가진 국가들이 모여서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소비를 줄이자고 결의하고 목표를 정하는 겁니다. 그러면 일회용품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나오거든요. 원료 생산의 감축 목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원료의 사용을 얼마큼 줄일지 결정하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 한국이 개최국이었는데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애초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 자체가 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플라스틱 이슈와 관련해 이니셔티브를 쥐고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권위가 없어요. 한국이 많은 노력을 해왔어야 발언을 경청할 텐데, 내세울 게 없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무슨 권위를 갖고 중재를 할 수 있었겠어요?”

경향신문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앞두고 지난 11월2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를 중심으로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 등 참가자들이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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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재활용 강력한 보증금제 필요

- 그동안 분리배출만 잘하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요. 우리 재활용 시스템은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까.

“우리 재활용률은 50% 정도 됩니다. 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편이죠. 하지만 나머지 50%의 쓰레기는 태우거나 땅에 묻고 있다는 의미니까 갈 길이 멀어요. 쓰레기는 배출한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우린 좁은 국토에 인구 밀도도 높은 데다 산업시설 집약도도 높기 때문에 쓰레기 밀도도 높은 상황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질적인 부분도 따져야 합니다. 이제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잖아요. 순환경제가 이뤄지려면 재생 원료의 품질이 좋아야 합니다. 우리의 페트병 재활용률이 80% 정도입니다. 스웨덴은 페트병 재활용률도 거의 98% 수준으로 우리보다 높지만, 페트병에 재생 원료가 약 50% 들어가요.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재활용된단 얘기입니다. 우리는 그 비율이 5%도 안 될 거예요. 독일·스웨덴·덴마크 같은 나라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으로 낮아요. 이는 시스템의 차이 때문인데, 이 나라들은 강력한 보증금 제도가 있어요. 생수에 0.25유로(약 400원) 보증금이 들어가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악착같이 빈 병을 가게로 가져 오겠죠. 그렇다보니 반환율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고, 다른 쓰레기하고도 섞이지 않기 때문에 페트병만 모아서 고품질로 재활용을 할 수가 있는 것이죠.”

- 내년 1월이면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년이 됩니다.

“지금의 쓰레기 관리 체계는 1995년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를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거든요. 이 시스템은 배출자 책임에 기반합니다. 여기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들어오면서 제품 생산자가 일부 재활용의 책임을 지도록 했죠. 오염 원인자들의 책임을 더 강화시키는 제도 개선으로 가자는 게 보증금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소비자·생산자·판매자 모두에게 비용 부담과 불편도를 증가시키면서 재활용의 수준들을 고도화시키는 것입니다. 내년에 정부 차원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할 텐데, 지난 30년 성과를 회고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30년을 준비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던 30년 전과 탄소중립·직매립 금지 얘기 등이 나오는 현재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 경향신문이 창간 78주년을 맞아 ‘쓰레기 오비추어리’ 기획기사를 연재했습니다. 수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더 일찍 주목했어야 하는데, 시선이 미처 닿지 못했어요.

“쓰레기 수입 국가나 수출 국가 모두 돈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다만 선진국에서 제대로 처리돼야 할 쓰레기가 저소득 국가에서 환경에 매우 부적절한 방식으로 처리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수출 자체를 금지할 거냐, 아니면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잘 선별해 수출하도록 할 거냐 등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쓰레기의 국가 간 거래를 부도덕한 것으로만 생각해선 안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순환경제 시대로 가게 되면, 재생 원료의 사용을 늘려야 해요. 예를 들어, 한국처럼 제조업이 강한 나라는 제품에 재생 원료가 들어가면 국내 쓰레기만 가지고는 조달이 안 돼요. 역으로 우리가 쓰레기를 수입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쓰레기의 이동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요. 대신 쓰레기 이동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처리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원칙들이 지켜져야겠죠.”

EU에선 ‘그린워싱 방지법’ 들어가

- 기업들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태도에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이제는 시민 혹은 소비자 의무라는 틀로만 볼 게 아니라 권리 개념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입장에선, 실천을 하고 싶어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단 말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쓰레기가 적게 나오거나 많이 나오는 제품 중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쓰레기가 적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권리, 물건을 수리해 오래 쓸 수 있는 권리 등을 말합니다. 이런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은 과대 포장 제품을 안 만들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생산자 의무를 지는 겁니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자의 의무를 논의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려면,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환경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친환경 소비를 하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시키는 것이 그린워싱, 녹색사기라고 하는데요. 유럽연합(EU)에서는 소비자 권한 강화 파트에 그린워싱 방지법이 들어가요.”

-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을까요.

“이런 논의가 이뤄질 정책 플랫폼이 한국에 부재한 상황입니다. 정부 혼자서 단기간에 로드맵을 세울 수가 없어요.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거거든요. 공론장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토대로 논의하며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경향신문

이명희 논설위원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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