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신임안 표결을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신임 투표에서 불신임됐다. 이에 따라 차기 총선이 내년 9월에서 2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숄츠 총리 불신임으로 연립정부가 무너지자 당장 수많은 안보·경제 도전에 직면한 유럽연합(EU)이 리더십 부재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 정치의 두 중심축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도 지난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하원에서 불신임당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마저 하야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ZDF 등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는 이날 숄츠 총리가 발의한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이에 따라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을 비롯해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으로 구성된 ‘신호등 연정’ 체제는 3년 만에 붕괴됐다.
숄츠 총리는 신임안 부결 직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청했다. 의회 불신임에 따라 대통령은 3주 안에 의회 해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오는 27일께 해산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ZDF는 전했다. 의회가 해산하면 60일 안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SPD와 거대 야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은 이미 내년 2월 23일을 총선일로 합의했다. 의회 해산이 선언돼도 숄츠 총리는 총선을 거쳐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권한을 행사할 예정이다.
독일에서 총리가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의회 표결에 부친 건 과거 서독 시절을 포함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앞서 다섯 차례 중 세 차례는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이어졌다.
숄츠 총리는 연임에 도전하고 있지만 총선 승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 발표에 따르면 중도 우파 성향의 CDU와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지지율 32%로 극우 독일대안당(AfD, 19%), SPD(17%), 녹색당(13%) 등을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CDU·CSU 연합이 내세운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의 권력 투쟁에서 패해 정계를 떠났다가 2018년 복귀한 뒤 당내 입지를 다져 2022년 대표에 취임했다.
유럽 정치·경제의 두 중심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수많은 안보·경제적 도전 과제에 맞닥뜨린 EU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했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야나 푸글리에린 선임 펠로도 숄츠 총리의 불신임에 대해 “전통적으로 EU의 엔진 역할을 하던 국가가 내부 문제 수습에만 신경을 쓰게 됐다”며 “여러 가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한 EU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을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도 눈앞에 두고 있다. EU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보통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했지만, 두 나라 모두 정치적 혼란에 휘말리면서 당장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할 리더십에 구멍이 뚫렸다.
NYT는 “독일의 정치적 혼란과 프랑스 정부의 몰락으로 EU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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