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왼쪽)이 17일 오후 국회 법사위 에 출석해 “윤 대통령에 소환 통지를 했고 수령을 거부하는 사태와 관련해 그다음 적법한 절차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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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조사실에 앉히기 위한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공)의 경쟁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 규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까지 낳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의 거부로 8시간가량 대치 끝에 무산됐다. 공조본은 경찰과 군 경찰 격인 국방부 조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함께하는 수사협의체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이 윤 대통령과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때 ‘보안 휴대전화’(비화폰)로 나눈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경호처의 거부로 공조본의 압수수색 시도는 이날 오후 6시쯤 무산됐다. 공조본 관계자는 “경호처는 18일에 협조 여부를 알려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공조본은 또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의 롯데리아 매장에서 정보사 예하 부대 소속 정모·김모 대령과 만나 계엄을 모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이 육사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계엄을 기획한 것으로 공조본은 의심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특히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본은 네 사람이 만나는 롯데리아 CCTV 영상도 확보했다.
공조본과는 별도로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을 구속했다.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 이어 박 총장까지 구속하면서 검찰은 주요 인사의 신병을 대부분 확보했다. 공조본이 구속한 조 청장 등을 포함하면 남은 건 사실상 윤 대통령뿐이다.
공조수사본부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는 공조본 수사관(오른쪽) 모습.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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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과 공조본은 지난 16일 제각기 윤 대통령에게 내란수괴 혐의로 소환을 통보했다. 공조본은 18일 오전 10시 과천 공수처, 특수본은 21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나와 달라는 내용이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을 서로 조사하겠다며 경쟁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공조본은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출석요구서를 전달했지만 “소관 업무가 아니다”며 접수를 거부당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입장에선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한 조사 주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수사기관 쇼핑’의 여건이 조성됐다.
수사기관들이 윤 대통령 소환 경쟁에 몰두하는 것은 여기에 이번 내란죄 수사의 성패가 걸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란죄는 가담 정도에 따라 우두머리(수괴)-중요 임무 종사자-단순 관여자 등 세 가지로 유형을 구분한다. 이 중 정점인 내란 수괴를 조사하고 진술을 확보해야 범행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구조다.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선관위 등 헌법기관 장악과 같은 국헌 문란 지시를 내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윤 대통령을 확보해야 수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성 논란의 검찰, 내란 가담 비판을 받는 경찰, 무능 의혹에서 벗어나려는 공수처가 차기 정권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 수사에 매달리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윤 대통령 측에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두 개, 세 개의 수사기관이 서로 경쟁하듯이 소환과 출석요구, 강제수사 등을 남발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법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런(중복수사) 부분을 정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손성배·정진호·석경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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