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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잔디밭 굼벵이 먹으러 오나”...골프장 파헤치는 제주 멧돼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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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멧돼지가 코스 잔디를 파헤쳐 피해가 발생한 제주도내 한 골프장. 사진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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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골프장에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하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골프장 페어웨이(잔디가 고른 구역)와 러프 등을 마구 파헤쳐 골프장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 민가에까지 출몰한 멧돼지가 골프장까지 진출한 모양새다.

골프장 페어웨이·러프 잔디 마구 파헤쳐

18일 제주시 애월읍 한 골프장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이 골프장 코스 곳곳에 멧돼지가 출몰해 페어웨이와 러프 등에 있는 잔디를 마구 파헤쳤다. 멧돼지 떼는 코스관리 직원이 퇴근한 심야를 틈타 활동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해당 골프장은 올해만 어미 1마리, 새끼 3마리 등 멧돼지 4마리를 포획했다.



“한군데만 파지 않고 주변 3~4군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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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코스 잔디를 파헤쳐 피해를 본 제주도내 한 골프장의 코스. 사진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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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프장은 멧돼지로 인해 올해에만 피해액이 수천만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인건비와 잔디 구매 비용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멧돼지는 동시 다발적으로 골프장 3~4군데 땅을 헤집어 상당한 피해를 준다”며 “피해 구역을 메우기 위해선 개당 약 2만원인 1㎡ 넓이 잔디판이 최소 10개, 많을 때는 20~30개 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런 작업을 하려면 인력 2~3명이 4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고 골프장 측은 전했다.



잔디밭 서식하는 지렁이와 굼벵이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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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무리.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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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골프장에 자주 출몰하는 원인은 잔디밭에 자라는 지렁이와 굼벵이를 먹기 위해서다. 최근 골프장이 농약 사용 줄이면서 지렁이 등 곤충 많아졌다. 해당 골프장 코스관리팀 김모(58)씨는 “늦가을부터 겨울철까지 산간에 먹을거리가 부족해지면 멧돼지 출현이 더 잦아진다”며 “잔디 복구는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멧돼지가 사람을 공격해 안전사고라도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등반객 앞에도 출현 ‘아찔’...올해 82마리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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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반로에 출현한 멧돼지. 사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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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등산객도 멧돼지 출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와 한라산국립공원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낮 12시 28분께 성판악 탐방로 4-9지점에 멧돼지 7마리가 출현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같은 날 오전 9시 49분께도 제주시 애월읍 제주 외국어고등학교 인근에서 멧돼지가 출몰, 경찰과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지부 등이 출동했다. 이날 경찰·엽사 등으로 구성된 포획단은 사냥개와 함께 1시간여 만에 멧돼지 1마리를 포획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후 2시 17분께도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해발 1150m인 4-9지점 부근에 멧돼지 4마리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119에 접수됐다. 이 지점 인근에 있던 등산객 30여명은 멧돼지 자극이 우려돼 잠시간 고립되기도 했다. 또 10일에도 오후 5시 59분쯤 성판악 탐방로 4-8 지점(해발 900m)에 멧돼지가 나타났다. 등산객 3명이 고립돼 소방당국이 모노레일을 이용해 하산을 도왔다.



“멧돼지 보면 숨거나, 천천히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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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민가에 출현한 멧돼지. 사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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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올해 멧돼지 출몰 신고는 4건, 포획 마릿수는 82마리에 달한다. 2023년엔 47마리가 잡혔고, 2022년에는 91마리를 포획했다. 해당 읍면동이나 야생생물관리협회, 한라산국립공원, 119 신고 등을 통해 민원이 접수되면 포획한다.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땅을 파헤쳐 농가나 골프장에 피해를 주는 제주 멧돼지는 2000년대 농가에서 가축용으로 사육하다 탈출하거나 방사 후 야생에 적응한 개체로 추정된다. 토종 제주 멧돼지는 1900년대에 멸종했기 때문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등산객이 음식물을 흘리거나 치우지 않고 가면 멧돼지가 탐방로에 출몰할 수 있다”라며 “멧돼지를 발견하면 무리하게 접근하지 말고 주위 나무나 바위 뒤로 숨거나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며 천천히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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