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언론 응징’ 나서는 트럼프…ABC와 215억 합의 직후 또 소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응징’을 선거운동 구호로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언론에 대한 응징도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엔엔(CNN)은 트럼프가 자신이 뒤지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아이오와주 지역 신문 디모인레지스터와 여론조사 전문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17일 보도했다.



디모인레지스터는 대선 직전 의뢰한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아이오와주 적극 투표층에서 트럼프를 3%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의 우위가 막판에 흔들리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나오던 때여서 해리스 지지자들은 이에 주목했다. 트럼프는 경합주가 아닌 아이오와에서 2016·2020년에는 여유 있게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제 선거에서는 트럼프가 득표율이 13%포인트 앞서는 낙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례를 들면서 “그것은 사기이고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소송 제기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는 다른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처럼 명예훼손이 아니라 광고·판매 과정에서 사기 행위를 금지한 아이오와 주법을 근거로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아이오와에서 20%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고 과장까지 했다. 또 “언론을 바로잡겠다”며 언론을 상대로 한 압박과 법적 대응을 본격화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가 에이비시(ABC) 방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500만달러(약 215억원)를 받기로 합의한 직후에 제기됐다. 14일 공개된 합의 내용은 에이비시 쪽이 트럼프가 만드는 재단과 기념관에 1500만달러를 기부하고, 이 방송 앵커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는 3월에 트럼프를 인터뷰하면서 유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에이비시를 소유한 월트디즈니는 소송에 들어간 법률 비용 100만달러도 트럼프에게 주기로 했다.



에이비시 상대 소송은 한 패션지 칼럼니스트가 트럼프가 1990년대 중반 백화점 탈의실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낸 소송과 관련돼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이 여성에게 배상금을 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스테퍼노펄러스는 이 사건을 두고 법원이 성폭행(rape)을 인정했다고 여러 번 발언했다. 이에 트럼프는 ‘성폭행보다 덜 심각한 성추행(sexual abuse)이 인정됐을 뿐’이라며 명예 훼손을 이유로 소송을 냈다.



에이비시 상대 소송은 트럼프가 언론 상대 소송에서 드물게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한편으로는 에이비시가 쉽게 무릎을 꿇었다는 말도 나온다. 공인의 명예 훼손에 관해서는 원고가 ‘실질적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게 미국 법원 판례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성폭력 손해배상 소송 담당 판사도 뉴욕주 법은 성폭행을 좁게 규정하고 있으며, 일반인들 관점으로는 트럼프의 행위를 성폭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에이비시가 거액 지급에 합의해 트럼프의 언론에 대한 공세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모인레지스터 쪽은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의 격차가 큰 점은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그게 소송을 제기할 이유는 못 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