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골란고원), 시리아, 레바논 국경지대에 있는 헤르몬산 시리아 영토 지역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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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리아 영토 쪽 완충지대였던 헤르몬산에 올라 최근 진입시킨 병력을 계속 주둔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한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웃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의 원인이 되는 확장주의인 ‘대이스라엘’ 정책에 기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18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로넨 바트 신베트 사령관 등과 레바논·시리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헤르몬산 정상에 오른 모습을 공개했다. 방탄조끼를 입은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는 다른 합의가 있을 때까지 이곳에 머물 것”이라며 “(이곳의) 중요성은 최근 몇 년동안 더욱 부각됐고 최근 몇 주동안 시리아에서 일어난 극적 사건들”로 더욱 그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1분49초 분량의 영상에서는 눈 덮인 헤르몬산 위에 이스라엘 헬기와 트럭이 오가는 모습과 군인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총리 일행의 모습이 담겨있다.
카츠 장관은 이 산 정상을 ‘이스라엘 국가의 눈’이라고 부르며 군인들에게 장기체류에 대비하라고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이들을 감시하는 요충지라는 의미였다. 카츠 장관은 또 “이슬람주의자 중 가장 극단적 종파에 속하는 다마스쿠스 반군”도 억제할 수 있다고 성명도 17일 발표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네타냐후 총리가 간 헤르몬산이 시리아 영토라고 지적하며, 현직 이스라엘 지도자가 시리아 영토에 간 첫번째 사례라고 짚었다. 시리아 반군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승리를 선언한 뒤 이스라엘이 골란고원 경계를 넘어 시리아 영토 안쪽까지 들어간 것은 1974년 시리아와의 휴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15일 “정부가 골란고원 인구를 2배로 증가시키기 위해 1100만달러 이상의 지원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에 이 전쟁과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전선을 고려해 이런 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교육 및 재생에너지 등에 지원 예산을 배정해 신규 정착민 유입을 촉진한다는 계획을 드러낸 바 있다.
헤르몬산은 골란고원의 북부 이스라엘·시리아·레바논 접경지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골란고원을 두고 수차례 전쟁을 해왔다. 시리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오던 골란고원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의 80%를 점령해 현재까지 실효지배 중이지만 국제법적으로는 분쟁 지역이다. 특히 헤르몬산 정상에서는 시리아뿐 아니라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을 거점으로 하는 무장정파 헤즈볼라 무장세력을 감시하는 데에도 용이하다.
시리아와 유엔도 이스라엘의 행위에 우려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시리아 반군을 이끄는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하 하이아트)의 수장 아메드 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골라니)는 시리아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시리아 경계선을 넘어 부적절한 긴장 고조의 위협이 된다. 이스라엘의 행동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샤라와 회동을 가진 게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도 시리아 내부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에서의 모든 정착 활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이런 행보를 두고 좁게는 팔레스타인 영토, 넓게는 요르단과 시나이 반도까지 이르는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 건설에 대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와 각을 세우다 구독 취소 등 탄압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영토를 확장한 지도자로 기록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헤르몬산에서 “53년 전 이곳에 군인으로 왔다”며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카츠 장관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물리친 후 이스라엘은 유대와 사마리아(서안지구를 부르는 이스라엘의 용어)와 마찬가지로 가자를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법률 고문 다이애나 부투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전면적 군사 통제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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