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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사설업체가 발굴 도맡은 한국 고고학 30년…사명감 대신 생존 경쟁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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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주 월성 유적 조사 현장에서 조사원들이 표토를 걷어내고 있는 모습.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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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땅속 문화유산을 조사하는 발굴조사사업의 약 90%가량을 발굴법인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굴법인은 돈벌이와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젊은 고고학도들이 발굴법인에 취업하기를 꺼립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위험하고 힘든 3디(D)업종으로 인식됩니다. 작업 인부보다 준조사원과 보조원의 임금 단가가 낮고 조사원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조사 비용과 조사 면적은 계속 줄고 영세한 법인들은 생존경쟁에 내몰려 있는데, 일부 법인 대표들은 법인 재산을 사적으로 쓴다는 의혹으로 분쟁을 일으킵니다. 상속과 땅속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가치를 높인다는 사명감이 법인들에 얼마나 있을까요.”

발굴법인인 중부고고학연구소의 김권중 소장은 격한 목소리로 국내 문화유산 발굴조사사업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발굴법인 업체의 현실에 대해 털어놓았다. 지난 20여년간 대대적으로 진행된 국토 재개발, 택지 건설 바람을 업고 대상지의 지하 문화유산 구제발굴만을 전담하는 발굴전문법인 업체가 지난해까지 123곳에 이를 정도로 난립한 상황에서 발굴 수요가 점차 줄면서 발굴 비용의 저가 덤핑 입찰경쟁이 고질화했고, 연구원들과 준조사원들의 처우도 악화 일로를 걸어 인문학적 시각이나 사명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고백이었다.

1994년 국내 첫 사설 발굴법인으로 출범한 영남문화유산연구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한국고고학회, 한국문화유산협회와 함께 ‘발굴법인시대 30년, 한국 고고학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16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은 발굴법인 체제 30년의 공과를 진단하는 자리였다. 김 소장의 발표에서 보이듯 급증한 구제발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도입한 사설 발굴법인 시스템이 업체들의 난립과 법제의 미비, 덤핑으로 대표되는 발굴 입찰경쟁 과열 등으로 조사 내용이 졸속 부실화하고 연구원 처우 악화, 이권 암투 등의 각종 부작용이 빈발한 데 따른 문제점과 법제의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정부가 재개발 시행업자나 기관으로부터 준조세 성격의 재원을 걷어 발굴기금을 조성하면서 발굴법인 조사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저가 입찰경쟁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김권구 계명대 교수)도 제시됐지만, 국가가 대규모 발굴 공단을 만들어 영세한 발굴법인들을 흡수하고 메이저 발굴법인들과 병존하면서 권역별로 발굴사업을 나눠 맡게 하는 발굴 공영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한국 고고학조사와 매장유산 관련 제도의 변천’에 대해 발제한 이종훈 국가유산청 보존국장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고고학적 조사 연구와 관련된 법 조항은 6개 조항에서 38개 조항으로 대폭 확대됐으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또한 요구되는 상황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고고학도의 미래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국가기관의 협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대학과 국가유산청 산하 발굴기관과의 협력사업 확대를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최종택 고려대 교수 등의 발제를 통해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박윤정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고고연구실장은 현재 시행 중인 매장유산(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교육과 관련된 발굴 항목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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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유적에서 신라시대의 시(C) 10호분 고분 내부를 발굴하고 있는 모습. 경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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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구 엑스코에서 ‘한국 고고학의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의 전문가 토론회 광경.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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