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11월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집게손가락’ 논란을 수용한 넥슨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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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홍보 영상에 등장한 ‘집게손’ 모양이 남성 비하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억지 논란이자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라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여성단체가 법원으로부터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기자회견이 아닌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약식명령인 법원 판결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한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는 이날 ‘우리는 졸렬한 백래시를 넘어서 더욱 거센 페미니즘 운동을 펼쳐갈 것이다―넥슨 ‘집게손’ 규탄 기자회견에 대한 집시법 위반 고발과 벌금형 선고에 부쳐’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지난 1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청은 민우회 상임대표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렸다”며 “민우회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음’을 이유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지난해 11월28일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속 여성 캐릭터가 0.1초 가량 보인 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일부러 집어넣은 주장이 제기돼 회사 쪽에서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일을 비판하는 자리였다. 당시 민우회가 넥슨 본사 앞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사무실 전화로 살해 협박 등 위협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민우회는 기자회견 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민우회는 입장문에서 “11월28일 기자회견은 11월26일 사안 발생 후 긴급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에스비에스(SBS), 연합뉴스 등 수십 명의 언론사 기자가 참여했던 명백한 기자회견”이라며 “세세한 정황은 재판을 통해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우회는 또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괴롭힘’이라고 강조했다. 민우회는 “주목해야 할 것은 반페미니스트들의 악의적인 고발과 위협, 그리고 이를 수용한 법원의 행보”라면서 “집시법 위반 고발 건으로 인한 증거 제출 및 경찰 출석 조사, 법률 자문 때문에 활동가들은 스트레스와 피로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위법 행위로 고발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반페미니스트들의 행동은 명백한 페미니즘 백래시”라고 규정하면서 “억지 고발에 손들어주며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은 사법부가 반페미니스트들의 괴롭힘에 장단 맞춰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민우회는 “우리는 일련의 괴롭힘이 비단 여성단체뿐 아니라 현실의 여성들에겐 훨씬 더 빈번하고 쉽게 이뤄지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집요하게 이어질 페미니즘 백래시 집단의 행태를 지치지 않고 규탄할 것이며 재판부에 정당한 시민의 권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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