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장미아파트 재건축 조합 희망평형 조사 결과
33평형 선호도 제일 높아…초고층 기피 현상도 짙어
서울 송파구 잠실장미아파트 전경. 홍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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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지은 지 50년 된 아파트잖아요. 녹물에 쥐 나오는 집도 있는데, 조합원들도 지겨우니 차라리 낮은 층수로 빨리 지어달라고 하는 거죠. 주공5단지와 장미아파트는 위치가 잠실의 중심이고, 땅 모양새가 넓게 한강과 접혀있어서 가격이 만만치 않을 거에요. 옆에 진주 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가 입주를 시작하면, 장미아파트도 부러워서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겁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장미1·2·3차아파트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평형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평대 이하의 중소형 신청 규모가 40평 이상 중대형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10명 중 9명이 69층의 초고층보단 49층의 준초고층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진주아파트) 등 주변보다 뒤쳐진 재건축 상황에 하루라도 빨리 새 아파트가 지어지길 바라는 게 조합원들의 속뜻이다.
응답자 61%가 “30평대 선호”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장미1·2·3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건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희망평형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 내용은 ▷희망하는 아파트 평형 ▷선호하는 조망권과 주동타입 ▷선호하는 아파트 최고층수 등이다.
희망하는 아파트 평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2658명 중 절반에 가까운 1093명이 34평형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 응답률이 높았던 평형도 38평(523명)으로, 총 1616명(61%)가 30평대를 희망했다. 그 다음은 45평형(19%), 28평형(8%), 54평형(6%), 25·62·80평형(2%)순이었다.
장미아파트 |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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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왜 대형 평수보다 중소형 평수를 더 선호할까.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작은 평수로 갈수록 평당 가격이 오히려 높아지는 등 시장성이 좋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장미2차아파트의 33평형(82.45㎡)짜리 매물은 지난 9월 2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평당 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7100만원을 넘어섰다. 해당 매물은 잠실나루역과 거리(도보 5분)가 매우 가깝고, 한강이 내려다보인다는 ‘프리미엄’ 때문에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되는 순간 매매가가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속통합기획 확정 이전인 6월까지 같은 동의 매물이 19억원대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3개월만에 무려 4억5000만원이 뛰었다. 반면 장미1차아파트의 62평형(182.01㎡)짜리 매물은 지난 9월 41억5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가격이 6700만원에 그쳤다.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20평대는 너무 좁고, 40평 이상은 잘 안 팔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오늘만 해도 장미아파트 33평짜리 매물을 23억원에 사고싶다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69층 초고층 싫어요” 49층 준초고층 선호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장미아파트 전경. 홍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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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장미아파트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69층의 초고층형보다 49층의 준초고층형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선호하는 아파트 최고층수를 묻는 질문에 90%(2413명)의 응답자가 49층의 준초고층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10%(263명)만 69층의 초고층형을 선호했다.
인근에 이미 분양을 마치거나 계획 중인 진주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 미성·크로바(잠실르엘) 등에 마음이 급해진 조합원들이 더 빨리 완공할 수 있는 낮은 층수를 선호하는 거란 분석이다.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49층과 69층은 건축비의 차이가 굉장히 벌어진다”며 “69층으로 가게 되면 공법이 아예 달라져 중간에 20층 단위별로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하는 등 공사기간이 1년 이상으로 지연되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층수가 높아지면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너무 커지는 탓에 초고층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장미아파트는 1978년에 준공돼 올해로 46년째를 맞았다. 주민들이 녹물 등으로 피해를 입자 최근에는 공용 냉·온수 배관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장미아파트에 거주하다 강동구로 터를 옮겼다는 한 관계자는 “녹물에 상추를 씻어먹기엔 부담이 되지 않느냐”며 “매도자 중에는 길어지는 재건축 과정에 피로감을 느끼고 낡은 집을 떠나 적당한 보금자리를 찾고자 하는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2008년 준공된 옆단지 실거래가 22억~24억…“장미아파트 가격 더 뛸 것”
장미아파트는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잠실 재건축 2라운드’의 대장주로 꼽히지만, 그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두 단지는 모두 1978년(장미3차아파트는 1984년)에 준공됐으며, 가구 수도 각각 3930가구, 3522가구로 대단지다. 워낙 조합원들도 많다보니 재건축 사업의 진전이 느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08년 준공된 서울 송파구의 잠실파크리오아파트. 홍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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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장미아파트 상가 모습. 홍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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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장미1·2·3차아파트는 정비계획이 결정된 잠실주공5단지에 비해 사업이 더 느린 편이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인근 상가 및 교회와 협상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인데, 조합은 지난 11월 5일 상가 설명회를 개최해 상가조합원들이 최종적으로 통합재건축에 대해 찬성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제1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잠실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해 아직 재건축 정비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장미1·2·3차에서 창의적으로 건축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유연하게 적용키로 했다. 여전히 상가 이동 문제 등이 해결되진 않았다는 점은 변수지만, 그래도 향후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장은 장미아파트의 재건축 후 호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 횡단보도를 하나 두고 나란히 붙어있는 옆 단지 파크리오(2008년·6864가구)의 최근 국평 실거래가는 22억~24억원대다. 4800가구의 만만치 않은 대단지로 거듭날 예정인 장미아파트는 옆단지 대비 잠실나루·잠실역이 더 가깝고, 주변에 홈플러스가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단지 대부분이 한강과 맞닿아 있어 타워형으로 지어질 시 60~70%의 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미1·2·3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향후 일정은 당겨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2026년 상반기쯤 사업계획인가를 예상하고 있다”며 “희망평형조사는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지 (사업계획에 대한)구속력이나 결정력을 갖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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