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4월 사북 사건 당시 사북읍을 점거한 탄광 노동자들의 모습. 사북항쟁동지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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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쟁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에 의해 영장 없이 장기간 불법구금되고, 고문·가혹행위 등을 당한 ‘사북 사건 관련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을 내렸다. 국가기관이 사북 사건 개별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17일 오후 열린 제93차 전체위원회에서 구 아무개씨 등 14명의 사북 사건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하며 “국가는 유족들에게 사과와 함께 이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재심 등 적절한 조치와 기념사업 등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사북 사건은 1980년 4월부터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소재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광부와 주민들이 어용노조 지부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사북읍 일대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마침 5·17 비상계엄 확대가 이뤄진 시기였다. 노·사·정 대표 간의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에 합의했으나 합동수사단은 광부와 주민 200여 명을 정선경찰서에 연행·구금했다. 이 중 31명이 육군 제1군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계엄 포고령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와 함께 피해자들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물고문과 각목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했고, 40~50명의 여성에 대한 성적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게 2008년 1기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였다. 피해자들은 가족에게조차 억울한 사실을 얘기하지 못하고 유산과 정신과 치료 등 막심한 고통을 겪었고, 일부 광부들은 퇴사 압력과 취업 제한 등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기 진실화해위의 사북 사건 진실규명 결정 이후 관련자들은 대부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판결문 및 국가기록원, 국군방첩사령부(옛 보안사) 등에서 입수한 사건 관련 자료를 분석·조사하고 피해자·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피해자 구아무개씨는 조사에서 “하루에 여러 차례 고문받았는데, 정선경찰서에 갇혀 있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고문을 받았다. 각목으로 많이 맞기도 했고, 무릎 사이에 각목을 집어넣고 각목을 밟아서 무릎이 완전히 나갔다. 고춧가루 물고문도 많이 당했고, 욕조에서 물고문도 많이 당했다”며 “그래도 제가 허위 진술을 거부하니까, 경찰들이 ‘이 새끼 전기 맛을 봐야 말하겠네’라고 협박하면서 저에게 전기고문을 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고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제가 경찰들에게 ‘그냥 죽여달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러자 수사관들이 ‘이 새끼 정신 못 차리고 아직 살아있네’ 하면서 또 엄청 고문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의 아들인 참고인 이아무개씨는 “어머니가 정선경찰서에 있을 때, 각목으로 무릎을 짓밟혔고, 고무호스로 구타당했다. 그리고 어머니 얼굴에 고춧가루 물도 많이 부었다. 또한 물고문도 받았고, 심지어 성고문까지 받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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