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러시아 쿠르스크의 한 병원에 모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우크라이나 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 최근 우크라이나와 쿠르스크에서 벌인 교전으로 상당한 북한군 사상자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러시아노콘텍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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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이 러시아 병원 간호사의 통화 도청을 통해 모스크바 한 병원에 부상당한 북한군 220여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병사 상당수가 사상을 입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북한군의 전력 손실이 막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자신의 남편과 통화하는 내용을 도청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 간호사는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으로 배치돼 참전 중인 남편에게 병원으로 실려온 북한군들에 대해 설명했다. 통화에서 이 여성은 “쿠르스크에서 열차를 타고 온 부상병들을 병원으로 옮겼다”며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이미 차 있던) 병동을 비워야 했다”고 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영토다. 그러면서 불만섞인 목소리로 “그 사람들은 엘리트도 아니고 북한에서 왔는데 왜 특혜를 주냐”고 토로했다. 통화에서 여성은 전날 100명, 이날 120명을 합해 약 220여명의 북한군 병사가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을 하면서 점점 격앙된 간호사는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통화에서 여성은 “(언어도 안 통하는데) 진통제가 필요한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그들은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고, 번역기를 써서 소통하려 해도 오역이 된다. 다 똑같이 생겨서 구분도 못하겠다”고 했다.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
간호사: 동료가 나한테 그러더라. ‘이 사람들한테 진통제 필요한지 어떻게 알아?’라고. 그래서 그랬지. ‘비명을 지르면 아프다는 뜻이겠지’라고. 젠장, 이 사람들 무슨 엘리트야? 그 사람들 때문에 병원을 비워야 했다고. 무슨 특권이라도 되나?
남편: 수입된 사람들이니까.
간호사: 저 사람들이 수입됐건 말건 뭔 상관이야. (중략) 도대체 누가 누군지 어떻게 구별을 하라는 거야? 이마에다가 표시를 해야 하나, 젠장. 그들은 후송될 병원에 따라, 배정된 색상의 옷을 입고 있어.
남편: 그럼 (옷) 색상으로 구별하면 되지 않아?
간호사: 전부 파란데 어떻게 구별하냐고. 그들은 손목에다가 번호를 적은 줄을 매달고 있어. 젠장 무슨 동물원 같아. 이제 나는 얘기할 사람도 없을 거야. 그들은 그냥 웅얼웅얼 거릴 뿐인데, 진짜 미치겠어. (중략) 어제는 100명이 왔고, 오늘은 120명이야. 약 200명이 병원에 있는 거라고. 얼마나 더 올까? 아무도 몰라.
이 여성은 영어로 소통하지 못하는 속사정도 털어놨다. 그는 “북한은 우리와 동맹을 맺었고, 한국은 (영어 사용국인) 미국의 동맹이다. 이런 이유로 영어 사용이 금지됐다”고 했다. 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 수백 명의 북한 환자를 받는 상황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를 상대로 연 비공개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1000명 가까이 달한다고 한다. 또 국정원은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미 러시아 전선에 파견된 북한 폭풍군단 내에서 추가 병력 차출설이 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훈련 참가 준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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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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