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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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9일 전날보다 16.4원 올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451.9원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25~4.5%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내년 추가 금리 인하 전망 폭을 당초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인 여파였다.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으로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승해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릴 걸로 예상되자 시장이 충격받은 것이다. 내년에도 지속될 강달러가 한국 경제에 드리운 주름살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오른 1453.0원으로 개장했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한도를 증액했고, 올해 도입할 예정이던 은행권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를 연기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개장가에 비해 불과 1.1원 내린 1451.9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환율은 2021년부터 장기 상승 추세를 보여왔으나, 최근의 고환율과 환율 변동성 확대는 국내 정치 상황의 영향이 크다.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신뢰도가 저하돼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환율 급등의 직접 원인은 미국 인플레이션 변수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의 내구성을 악화시키면서 발작 폭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고환율은 한국 경제에 부담만 지울 뿐이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압박해 서민 고통이 가중된다. 가계가 지갑을 닫는 소비 감소는 경기 침체를 가중시킨다. 외환당국이 환율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나아질 수 있다곤 하지만, 기업들도 외화 부채가 커지는 등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강달러로 금리 인하 카드도 쓰기 어렵게 됐다.
한국 경제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고환율에서 벗어나는 근본 해법이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비정상 상태를 원상회복하고 ‘윤석열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수사당국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조속한 강제수사가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실물경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기 추가 침체에 대비한 조속한 추경 편성도 정상화 조치에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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