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북하우스. 3만5000원 |
평생 7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20권이 넘는 책을 펴낸 여행작가 배리 로페즈(1945∼2020)가, 그가 다녀온 모든 장소에 대한 기록과 기억과 인식을 직조해 낸 여행 대서사시. 1948년 미국 롱아일랜드사운드 머매러넥 항구 해역에서 수영하다가 바다 저편까지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세 살의 열망, 여름캠프에서 만난 친구의 아버지 존 스타인벡에게 보낸 열한 살의 흠모, 1778년 제임스 쿡이 북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상륙한 파울웨더곶에서 쿡이 겪은 것 같은 겨울 폭풍을 기다리며 느낀 마흔아홉 살의 성찰이 유려하게 엮여 있다.
여행작가 배리 로페즈(1945∼2020). |
“떠나고만 싶었던 유년기의 동경과 파울웨더곶 옆구리에서 보낸 성찰의 시간 사이, 나는 얼마나 많이 떠났고 멀리까지 여행했을까? 세상의 그렇게 많은 부분을 보고 난 후, 나는 인간이 초래한 위험, 인간의 승리, 인간의 실패에 관해 무엇을 배웠을까? 나 자신의 실패들과 오류 가능성에 관해서는?” 여행하며 배리 로페즈는 그 공간이 선물하는 여러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간다. 바다물범, 바다코끼리 등을 제외하면 사람이라곤 없는 북위 78도 스크랠링섬에서 극한의 환경을 파고들어 용감하게 삶과 터를 지켜냈던 툴레족의 자취를 되밟는다. 적도 태평양 동부 갈라파고스제도의 도시 푸에르토아요라에서 서구 ‘탐험가’들의 잔인하고 부도덕한 역사를 되짚으며 “과거사를 기억하며 분노·후회·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세상 물정 모르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16세기는 여전히 현재”라고 말한다.
박수진 한겨레21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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