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예산안 반대’ 글 150개 올린 머스크
트럼프 가세한 뒤 새 예산안…‘셧다운’ 위기 고조
“누가 대통령이냐” “민주주의라 할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시험 발사 장면을 함께 참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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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예산안 처리 과정이 난항을 겪게 된 과정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도한 입김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임시예산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셧다운’(일시 업무중단) 위기를 불러오기까지 머스크가 앞장서서 여론을 조성하고 정치권을 뒤흔들자 일각에선 “그림자 대통령” “공동 대통령”이란 비판이 나온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임시예산안 처리 시한(20일)을 코앞에 두고 내년 3월14일을 기한으로 하는 추가 임시예산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부채한도 증액 필요성 등을 이유로 임시예안산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위협하면, 할 테면 해보라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머스크 주도로 전개됐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18일 이른 오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150개 이상 게시물을 올리며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합의를 비판했다. 그는 임시예산안 합의 직후엔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진 하원·상원의원은 2년 내 퇴출당해야 마땅하다”며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게시물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머스크와 동조하는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공화당 내 반대 기류를 키웠다.
트럼프 당선인이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임시예산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낸 건 머스크가 엑스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한 지 약 12시간이 지나서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 NBC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한바탕 여론몰이에 나서기 전 자신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계에선 이번 사태가 권력의 ‘실세’로 떠오른 뒤 미국 정치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머스크의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분명한 건 정치 권력으로서의 머스크의 부상”이라며 “이런 수준의 영향력은 그의 막대한 부로 인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떠오르고 2026년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기꺼이 자금을 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화당 내 입김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머스크를 차기 하원의장으로 추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조이 로프그렌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19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인형을 조종하는 모습을 묘사한 AI 생성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조이 로프그랜 계정 게시물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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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 머스크가 정책 결정에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맥스웰 프로스트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선출되지 않은 억만장자가 공화당의 공동 대통령으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데비 딩겔 하원의원(미시간)은 “머스크가 손가락을 튕기고 우리 정부가 ‘셧다운’ 된다니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가 대표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 선출되지 않은 억만장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엑스에서 “일론 머스크 대통령”이라고 거론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그는 ‘셧다운’ 하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선출된 공무원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맞는가. 아니면 이미 과두정치와 권위주의로 옮겨왔나”라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공공정책 교수인 마틴 길런스는 “머스크가 선출되지도 않았는데 매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은 ‘최악의 상황’이며, 처음부터 이해 상충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화당이 마련한 새 임시예산안마저 부결되자 연방 정부가 셧다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 압박으로 마련된 새 예산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 197명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 38명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를 두고 “공화당과 트럼프 당선인 사이 역학관계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대참사”라며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트럼프 당선인이 험난한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요구 반영한 임시예산안 공화 표 이탈로 부결···셧다운 우려 고조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01211011
☞ ‘트럼프에 올인’ 머스크, 한 달 사이 자산 244조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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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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