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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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현금을 두고 사라지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나타나 사랑을 전했다. 25년째 선행을 이어온 그가 기부한 금액은 10억원이 넘는다.

20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A씨는 "주민센터 인근 기자촌 식당 맞은편에 있는 탑차 아래에 (성금이 담긴) 상자가 있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A씨가 말한 장소로 향한 직원들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노란색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다발이 들어있었다. 지폐는 모두 같은 매수로 고무줄에 묶여 정리된 상태였다.

함께 담겨있던 편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A씨가 올해 기부한 돈은 총 8003만8850원이다. △5만원권 1600장(8000만원) △500짜리 동전 42개(2만1000원) △100원짜리 동전 171개(1만7100원) △50원짜리 동전 3개(150원) △10원짜리 동전 60개(600원)다.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20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5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보내왔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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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직업 모두 알려지지 않은 '얼굴 없는 천사' A씨의 기부는 2000년 4월 시작됐다. 당시 A씨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두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듬해 12월 26일에는 74만원이 기부됐고, 2002년에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 저금통이 전달됐다. 액수도 점점 커졌다. 2009년에는 8000여만원을 놓고 사라지기도 했다.

2019년에는 A씨가 두고 간 6000여만원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선행을 멈추지 않았다. 올해까지 25년간 A씨가 기부한 금액은 총 10억4483만6520원이다.

A씨 뜻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사회 노력도 있었다. 전주시는 2009년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다. 또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천사의 길'로 명명하고 기념 공원을 조성했다. 지역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1004)의 날'로 부르며 불우이웃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해서 이뤄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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