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안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2026학년도 증원 유예를 중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중재안은 윤석열 정부 반대로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멈춰섰다. 야당이 이번에 제시한 안은 유예뿐 아니라 감축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이를 법률에 명시한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또 의대 정원을 논의할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위원 과반도 보건 의료단체가 추천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아직도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의대 수시 합격자 발표가 끝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의료계 내에서도 2025학년도 모집 중단 요구 대신에 2026학년도 모집 정원을 줄여 의대 교육 파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2026학년도 신입생 규모 조정까지 남은 시간도 결코 많지는 않다. 내년 4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올 입시에서 1497명 증원된 모집 정원의 변경을 신청하고 5월 말까지 변경 계획을 공고해야 한다.
아울러 이 참에 의료개혁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 로드맵은 일단 의대 정원을 크게 늘려 놓기만 하면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수효과’에 기반한 것이어서, 필수·지방의료 강화 대책으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의료계가 참여하는 추계위에서 과학적 근거에 따라 산출된 장기적인 의사 수급 계획을 짜고, 여야정이 교육현장 파행이 예상되는 2026년 조정부터 합리적인 증원 로드맵을 세우기 바란다. 나아가 의·정과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공의대 신설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필수·지방의료 강화 대책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의료대란은 하루하루가 시급한 민생 과제다. 정치권과 의·정은 서로 신뢰할 의대 증원 입법·논의 틀을 조속히 출범시키고, 의료계는 열달 넘게 국민 고통 속에 이어져 온 의료공백 상황부터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전공의들도 전향적인 자세로 2026학년도 정원 조정과 올바른 의료개혁 방향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와 함께 병원 복귀도 진지하게 논의하기 바란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오른쪽)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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