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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독창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텐센트의 자회사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오브레전드(LoL)’와 ‘발로란트’로 e스포츠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데 이어, 호요버스는 ‘원신’ ‘붕괴’ 시리즈로 글로벌 서브컬처 팬층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서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솔 액션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 글로벌 게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텐센트’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텐센트의 게임 부문 매출은 약 1799억위안(35조7245억원)으로 세계 1위 게임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텐센트의 게임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7% 성장한 966억위안(약 19조1751억원)으로 다른 게임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텐센트는 막대한 자본력과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이후, 핀란드 슈퍼셀, 프랑스 돈노드, 미국 에픽게임즈 등 유명 게임 개발사들을 손에 넣으며 영향력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2015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라이엇게임즈는 대표적인 텐센트 투자의 성공 사례입니다. 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지만, 지배 구조상 텐센트의 100% 소유라는 점에서 중국 자본의 글로벌 영향력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힙니다.
올해 10월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4강전에서 T1팬들이 응원하고 있다./라이엇게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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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이런 성공을 기반으로 e스포츠의 중심축을 중국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LoL)’와 ‘발로란트’는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한 글로벌 흥행작으로, e스포츠 역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 두 게임을 기반으로 PC 게임 생태계 절대 강자였던 블리자드를 완전히 밀어냈습니다.
올해 서울에서 열린 발로란트 챔피언스 대회는 동시 시청자 수 910만명, 순 시청자 수 4430만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롤드컵(LoL 월드챔피언십) 역시 최고 동시 시청자 수 5000만명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흥행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라이엇게임즈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텐센트의 자본이 결합한 성과로 평가됩니다.
중국은 최근 게임 시장 주요 장르로 떠오른 서브컬처도 선제적으로 개척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요버스입니다. 호요버스는 ‘원신’ ‘붕괴’ 시리즈 등을 통해 글로벌 서브컬처 팬층을 확보하며 중국 게임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 ‘검은 신화: 오공’, 콘솔 게임서 잠재력 보여줘
중국은 콘솔 게임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중국 중소 게임사 게임사이언스가 제작한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은 서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중국 최초의 AAA 콘솔 액션 게임입니다. AAA 게임이란 막대한 제작비와 인력을 투입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콘솔 게임은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지만, 오공은 지난 8월 출시 한 달 만에 2000만장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하며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오공은 중국 게임으로는 최초로 게임계 오스카로 불리는 ‘TGA(The Game Awards) 올해의 게임(GOTY)’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았습니다. 비록 수상은 실패했지만, 미국·일본·유럽 게임사들이 번갈아 차지한 GOTY를 중국이 차지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앤슬래시 대표 게임인 디아블로4를 넘어 인기를 얻고 있는 패스오브엑자일2(POE2) 또한 텐센트 산하 뉴질랜드 인디 게임 개발사인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가 개발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POE2 유저임을 인증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POE2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전 세계 인기 순위 4위에 올라섰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 산업의 성장을 두고 ‘정부 주도의 문화 굴기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 적중했다고 분석합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이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면서 기초를 닦았고, 이후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게임 개발자와 중소 게임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온라인게임 제작 노하우를 흡수했다”며 “2017년 한한령을 계기로 한국 게임 진입을 제한한 뒤,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과 콘텐츠 개발에 몰두했으며, 원신이나 오공 같은 대작 게임은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 중국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한국 게임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 교수는 “국내 석·박사급 연구자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 등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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